초등판 · 쉽게 풀어 쓴 글
연암집
박지원 (朴趾源) · 휴담 국역을 초등학생 눈높이로 다시 썼습니다 · 도서관에서 원문 보기 ↗
이 초등판은 『꼭 읽어야 할 고전 선집』에서 읽는 대목만 담았습니다 — 「양반전」
이 글을 읽기 전에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쓴 짧은 이야기입니다. 강원도 정선의 가난한 양반이 나라 곡식을 갚지 못해, 마을 부자에게 양반 자리를 팔게 됩니다. 군수가 그 거래를 문서로 만들어 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습니다.
양반전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양반이란 선비 집안을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정선 고을에 한 양반이 살았습니다. 그는 어질고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새 군수가 올 때마다 꼭 그의 오두막을 몸소 찾아와 예를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집이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관청의 을 빌려 먹었는데, 그것이 쌓여 천 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가 고을을 돌다가 환자곡 장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는 몹시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어떤 양반이기에 군사들 먹일 곡식을 이렇게 축냈단 말이냐!” 그러고는 그 양반을 가두라고 명령했습니다. 군수는 양반이 가난해서 갚을 길이 없는 것이 가여웠습니다. 차마 가두지 못했지만 어찌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양반은 밤낮으로 울기만 할 뿐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의 아내가 몰아세웠습니다. “당신은 평생 책 읽기를 좋아했지요. 그런데 관청 곡식 갚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군요. 쯧쯧, 양반이란 게 한 푼어치도 안 되는구려.” 그 마을의 부자가 몰래 의논했습니다. “양반은 가난해도 늘 높고 귀하다. 우리는 부자여도 늘 낮고 천하다. 말도 감히 못 탄다. 양반을 보면 몸을 움츠리고 벌벌 떤다. 뜰 아래 엎드려 절하고, 코를 땅에 박고 무릎으로 기어야 한다. 우리는 늘 이렇게 창피를 당한다. 지금 양반은 가난해서 환자곡을 못 갚아 몹시 곤란하다. 이대로라면 양반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것을 사서 가져야겠다.” 부자는 양반의 집에 찾아가 환자곡을 대신 갚겠다고 했습니다. 양반은 크게 기뻐하며 허락했습니다. 부자는 곧바로 곡식을 관청에 갚았습니다. 군수는 깜짝 놀라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몸소 양반을 찾아가 위로하고, 곡식을 갚은 사정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양반은 하인들이 쓰는 벙거지를 쓰고 짧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길에 엎드려 자신을 '소인(낮은 사람)'이라 부르며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군수가 크게 놀라 내려가 부축하며 말했습니다. “그대는 어찌 스스로를 이렇게 낮추십니까?” 양반은 더욱 두려워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려 말했습니다. “황송합니다. 소인이 일부러 저를 낮추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제 양반을 팔아 환자곡을 갚았습니다. 이제는 마을의 부자가 양반입니다. 소인이 어찌 감히 옛 이름을 그대로 쓰며 높은 척하겠습니까?” 군수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군자로구나, 부자여! 양반이로구나, 부자여! 부자이면서 아끼지 않으니 의롭다. 남의 급한 어려움을 도우니 어질다. 낮은 것을 싫어하고 높은 것을 바라니 지혜롭다. 이 사람이야말로 진짜 양반이다. 그런데 둘이서만 몰래 사고팔고 문서를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다툼이 생깁니다. 내가 그대와 함께 고을 사람들을 모아 증인으로 세우겠습니다. 문서를 만들어 믿음을 굳히고, 군수인 내가 직접 서명하겠습니다.” 군수는 관아로 돌아가 고을의 선비와 농부, 장인, 상인을 모두 뜰에 불러 모았습니다. 부자는 향소(고을 양반 어른들이 일을 보던 곳)의 윗자리에 앉혔습니다. 양반은 공형(관청 일꾼의 우두머리들)보다 아래에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건륭 10년(청나라 임금 건륭 때 열째 해) 9월 아무 날. 이 문서는 양반을 팔아 관청 곡식을 갚은 일을 적은 것이다. 그 값은 천 석이다. 양반은 이름이 여러 가지다. 책을 읽으면 '사'라 한다. 나랏일을 하면 '대부'라 한다. 덕이 있으면 '군자'라 한다. 무관은 서쪽에 늘어서고 문관은 동쪽에 늘어선다. 이 두 줄을 양반이라 한다. 이 가운데 너 좋을 대로 따르되, 다음을 지켜라. 천한 일은 아주 끊어라. 옛사람을 본받고 뜻을 높여라. 새벽 오경(날이 새기 전)이면 늘 일어나라. 유황으로 불을 붙여 등잔을 켜라. 눈은 코끝을 보고, 발꿈치를 모으고 엉덩이를 괴고 앉아라. 《동래박의》라는 책을 얼음 위에 박 미끄러지듯 술술 외워라. 배고픔과 추위를 참아라. 가난하다는 말은 입에 올리지 마라. 이를 딱딱 부딪치고 뒤통수를 톡톡 두드려라. 기침은 가볍게 하고 침은 삼켜라. 소매로 털모자를 쓸어 먼지를 털어 물결을 일으켜라. 세수할 때 주먹으로 문지르지 마라. 양치질할 때 소리를 크게 내지 마라. 여종은 길게 소리 내어 불러라. 걸을 때는 느릿느릿 신을 끌어라. 《고문진보》와 《당시품휘》라는 책을 깨알처럼 촘촘히 베껴 써라. 한 줄에 백 자씩 써라. 손으로 돈을 쥐지 말고, 쌀값을 묻지 마라. 더워도 버선을 벗지 마라. 밥 먹을 때 갓 없이 바람으로 있지 마라. 국을 먼저 먹지 마라. 후루룩 소리 내어 마시지 마라. 젓가락을 놓을 때 밥그릇에 부딪치지 마라. 날파를 먹지 마라. 막걸리를 마실 때 수염을 빨지 마라. 담배를 피울 때 볼이 움푹 패게 빨지 마라. 화가 나도 아내를 때리지 마라. 성이 나도 그릇을 발로 차지 마라. 아이들을 주먹으로 때리지 마라. 죽은 종을 욕하지 마라. 소와 말을 꾸짖더라도 그 소와 말을 판 주인까지 욕하지 마라. 아파도 무당을 부르지 마라. 제사 때 스님을 불러 불교식 제사를 올리지 마라. 화로에 손을 쬐지 마라. 말할 때 이 사이로 침을 뱉지 마라. 소를 잡지 말고, 돈을 걸고 내기를 하지 마라. 이 백 가지 행동 가운데 양반에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이 문서를 들고 관청에 가서 바로잡을 것이다. 고을의 주인인 정선 군수가 서명하고, 고을 일을 돕는 좌수와 별감이 증인으로 서명한다.” 그러자 관청 심부름꾼인 통인이 도장을 여기저기 찍었습니다. 그 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렸습니다. 북두칠성이 비스듬히 기울어 밤이 깊었습니다. 관청 일꾼의 우두머리인 호장이 문서를 다 읽었습니다. 부자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말했습니다. “양반이 겨우 이것뿐입니까? 양반은 신선 같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이렇다면 너무 손해입니다. 이익이 되도록 고쳐 주십시오.” 그래서 문서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하늘이 백성을 낳으니 백성은 네 무리다. 그 넷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 선비다. 선비를 양반이라 부르니, 이보다 큰 이익은 없다. 농사도 짓지 않고 장사도 하지 않는다. 글과 역사를 대강 읽으면 된다. 크게는 문과 시험에 붙고, 작게는 진사 시험에 붙는다. 문과에 붙으면 받는 붉은 합격증은 길이가 두 자밖에 안 되는 종이다. 그래도 온갖 물건이 다 갖춰지니 바로 돈자루다. 진사는 서른 살에 처음 벼슬을 해도 이름 있는 음직을 얻는다. 남행의 우두머리를 잘 섬기면 귀에는 흰 바람이 분다. 배는 방울 소리에 '예' 하고 대답하며 불룩해진다. 방에는 예쁜 을 두고, 뜰에는 학을 길러 울게 한다. 가난한 선비가 시골에 살아도 제멋대로 힘을 휘두를 수 있다. 이웃집 소로 내 밭을 먼저 간다. 마을 사람을 데려다 김을 매게 한다. 누가 감히 나를 얕보겠느냐. 네 콧구멍에 재를 들이붓고, 상투를 비틀고 귀밑머리를 뽑아도 감히 원망하지 못한다.” 부자는 문서를 반쯤 듣다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습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터무니없구려. 나더러 도둑놈이 되라는 말이오?” 그러고는 머리를 흔들며 가 버렸습니다. 그 뒤로 평생 다시는 양반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초등판은 휴담 국역을 바탕으로 초등학생이 혼자 읽을 수 있게 다시 쓴 글이며, 쓴 사람과 다른 검토자가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 원전 그대로의 글은 「원래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