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판 · 쉽게 풀어 쓴 글
맹자
맹자 (孟子) · 휴담 국역을 초등학생 눈높이로 다시 썼습니다 · 도서관에서 원문 보기 ↗
이 초등판은 『꼭 읽어야 할 고전 선집』에서 읽는 대목만 담았습니다 — 공손추 — 사단(四端)
이 글을 읽기 전에
이 글은 옛날 중국의 학자 맹자의 말과 행동을 모은 책 『맹자』의 한 부분입니다. 맹자는 공자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사람입니다. 제자 공손추 등과 나눈 이야기와, 제나라에서 벼슬하다 떠나기까지의 일이 담겨 있습니다.
제자 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에서 높은 을 맡으신다면, 가 세운 공을 다시 이루실 수 있겠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정말 제나라 사람이로구나. 관중과 안자밖에 모르는구나. 어떤 사람이 에게 물었다. ‘당신과 가운데 누가 더 훌륭합니까?’ 증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자로는 우리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어려워하시던 분입니다.’ 그 사람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당신과 관중 가운데 누가 더 훌륭합니까?’ 증서는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 ‘어째서 나를 관중에 견주는가? 관중은 임금의 믿음을 얻어 그토록 혼자 힘을 쥐었다. 나랏일도 그토록 오래 맡았다. 그런데 그가 세운 공은 그토록 보잘것없었다. 어째서 나를 그런 사람에 견주는가?’” 맹자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관중은 증서도 되려 하지 않던 사람이다. 그런데 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느냐?”
공손추가 물었다. “관중은 자기 임금을 여러 나라의 우두머리로 만들었습니다. 안자는 자기 임금의 이름을 널리 떨치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관중과 안자는 본받을 만하지 않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제나라 정도면 온 세상의 이 되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쉽다.”
공손추가 물었다. “그렇다면 저는 더 헷갈립니다. 은 이 높았지만, 백 살에 돌아가실 때까지도 그 덕이 온 세상에 두루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들 무왕과 이 뒤를 이은 다음에야 그 덕이 널리 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참된 왕이 되는 일이 그렇게 쉽다고 하시면, 문왕은 본받을 만하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문왕을 어찌 당해 낼 수 있겠느냐? 에서는 탕왕부터 무정까지 훌륭하고 거룩한 임금이 여섯일곱이나 나왔다. 온 세상이 은나라를 따른 지 오래되었다. 오래되면 바꾸기 어렵다. 무정은 여러 나라 임금들을 불러 모으고 온 세상을 다스렸다. 그 일이 손바닥 위에서 물건을 굴리듯 쉬웠다. 은 무정 때로부터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서 옛 집안들의 좋은 풍습과 훌륭한 정치가 아직 남아 있었다. 또 미자, 미중, 왕자 비간, 기자, 교격 같은 어진 사람들이 함께 임금을 도왔다. 그래서 은나라는 오래 버티다가 나중에야 무너졌다. 한 뼘의 땅도 은나라 것이 아닌 것이 없었다. 한 사람의 백성도 은나라 신하가 아닌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문왕은 겨우 사방 백 리 땅에서 일어섰다. 그래서 어려웠던 것이다. 제나라 사람들 말에 이런 것이 있다. ‘아무리 지혜가 있어도 좋은 을 타는 것만 못하다. 아무리 좋은 호미가 있어도 알맞은 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
“지금은 참된 왕이 되기 쉬운 때다.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가 가장 했을 때도 땅이 천 리를 넘은 나라는 없었다. 그런데 제나라는 벌써 그만한 땅을 가졌다.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이 마을 저 마을로 이어져 나라 끝까지 들린다. 제나라는 벌써 그만한 백성을 가졌다. 땅을 더 넓힐 필요도 없고, 백성을 더 모을 필요도 없다. 를 펴서 왕이 되면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다. 또 참된 왕이 나타나지 않은 지가 지금처럼 오래된 적이 없었다. 백성이 모진 정치에 시달려 지친 것도 지금처럼 심한 적이 없었다. 굶주린 사람은 무엇이든 잘 먹고, 목마른 사람은 무엇이든 잘 마신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이 퍼지는 것은 말을 갈아타며 명령을 전하는 것보다 빠르다.’ 지금 같은 때에 큰 나라가 어진 정치를 편다고 해 보자. 백성들은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풀려난 것처럼 기뻐할 것이다. 그러니 옛사람의 절반만 애써도 공은 반드시 두 배가 될 것이다. 오직 지금이 그런 때다.”
공손추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의 이 되어 바른 길을 펼치실 수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임금을 여러 나라의 우두머리나 참된 왕으로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신다면 마음이 흔들리시겠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나는 마흔 살이 된 뒤로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다.”
공손추가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힘센 장사 보다 훨씬 뛰어나십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는 나보다 먼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공손추가 물었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있다. 북궁유는 이렇게 용기를 길렀다. 살갗을 찔려도 움찔하지 않았고, 눈을 찔려도 피하지 않았다. 남에게 털끝만큼만 져도 시장 한복판에서 매 맞은 것처럼 여겼다. 그는 허름한 옷을 입은 보통 사람에게도 을 참지 않았다. 큰 나라 임금에게도 참지 않았다. 큰 나라 임금을 찌르는 일도 보통 사람을 찌르는 일처럼 여겼다. 어느 나라 임금도 겁내지 않았다. 나쁜 말이 들려오면 반드시 되갚았다. 맹시사는 이렇게 용기를 길렀다. 그는 말했다. ‘나는 질 싸움도 이길 싸움처럼 여긴다. 적을 헤아려 본 뒤에야 나아가고, 이길지 따져 본 뒤에야 싸우는 사람은 큰 군대를 겁내는 사람이다. 내가 어찌 꼭 이길 수 있겠는가? 다만 두려워하지 않을 뿐이다.’ 맹시사는 증자와 닮았고, 북궁유는 자하와 닮았다. 두 사람의 용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맹시사는 중요한 것 하나를 지켰다. 옛날에 증자가 자양에게 말했다. ‘너는 용기를 좋아하느냐? 나는 스승님께 큰 용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스스로 돌아보아 내가 옳지 않다면, 상대가 허름한 옷을 입은 보통 사람이라도 내가 어찌 두려워하지 않겠느냐? 스스로 돌아보아 내가 옳다면, 상대가 천만 명이라도 나는 나아가겠다.’ 맹시사는 을 지켰다. 하지만 그것은 증자가 중요한 것을 지킨 것만 못하다.”
공손추가 물었다. “여쭈어도 될까요? 선생님의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고자의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고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에서 알지 못한 것은 마음에서 찾지 말라. 마음에서 얻지 못한 것은 에서 찾지 말라.’ ‘마음에서 얻지 못한 것은 기운에서 찾지 말라’는 옳습니다. 하지만 ‘말에서 알지 못한 것은 마음에서 찾지 말라’는 옳지 않습니다. 은 기운을 이끄는 우두머리이고, 기운은 몸을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뜻이 먼저이고, 기운은 그다음입니다. 그래서 ‘뜻을 굳게 지키되, 기운을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공손추가 물었다. “‘뜻이 먼저이고 기운은 그다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또 ‘뜻을 굳게 지키되 기운을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하신 것은 왜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뜻이 한곳으로 모이면 기운을 움직인다. 기운이 한곳으로 모이면 뜻을 움직인다. 넘어지거나 허둥지둥 달리는 것은 기운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도리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공손추가 물었다. “여쭈어도 될까요?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잘하십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남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나의 를 잘 기른다.”
공손추가 물었다. “여쭈어도 될까요? 호연지기란 무엇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말로 하기 어렵다. 그 기운은 더없이 크고 더없이 굳세다. 곧은 마음으로 기르고 해치지 않으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다. 그 기운은 로움과 바른 길과 짝을 이룬다. 이것이 없으면 기운이 시들어 버린다. 그 기운은 의로운 일을 하나하나 쌓아서 생긴다. 의로움이 한 번에 덮쳐 와서 얻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마음에 떳떳하지 않으면 기운이 시든다. 그래서 나는 고자가 의로움을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의로움을 마음 밖의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더라도 억지로 바로잡으려 하지 말라. 마음에서 잊지도 말고, 억지로 자라게 돕지도 말라. 송나라 사람처럼 하지 말라. 송나라에 자기 벼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걱정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싹을 하나하나 뽑아 올렸다. 그러고는 지쳐서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병이 났다. 내가 싹이 자라도록 도와주었다.’ 그의 아들이 달려가 보니 싹은 말라 죽어 있었다. 세상에 싹이 자라도록 억지로 돕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도움이 안 된다며 내버려 두는 사람은 김을 매지 않는 사람이다. 억지로 자라게 돕는 사람은 싹을 뽑아 올리는 사람이다.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친다.”
공손추가 물었다. “남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한쪽으로 치우친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무엇에 가려 있는지 안다. 지나친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무엇에 빠져 있는지 안다. 바르지 못한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바른길에서 어디로 벗어났는지 안다. 둘러대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어디서 막혀 있는지 안다. 이런 말이 마음에서 생기면 나라 다스리는 일을 해친다. 그것이 나라 다스리는 일에 드러나면 온갖 일을 해친다. 거룩한 이 다시 나온다 해도 반드시 내 말을 따를 것이다.”
공손추가 말했다. “재아와 자공은 말솜씨가 뛰어났습니다. 염우와 민자와 안연은 있는 행동을 잘 말했습니다. 공자께서는 이 둘을 다 갖추셨는데도 ‘나는 말솜씨는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벌써 성인이십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옛날에 자공이 공자께 여쭈었습니다. ‘선생님은 성이십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성인은 내가 될 수 없다. 나는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고,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자 자공이 말했습니다.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은 지혜입니다.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인입니다. 인하시고 또 지혜로우시니, 선생님은 벌써 성인이십니다!’ 공자께서도 성인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공손추가 말했다. “예전에 제가 들었습니다. 자하와 자유와 자장은 성인의 한 부분씩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염우와 민자와 안연은 성인의 모든 부분을 갖추었지만 아직 작고 약하다고 합니다. 여쭈어도 될까요? 선생님은 어느 쪽에 서야 마음이 편하십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둡시다.”
공손추가 물었다. “그러면 백이와 이윤은 어떻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두 사람은 가는 길이 다릅니다. 백이는 섬길 만한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았습니다. 다스릴 만한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잘 다스려지면 나아가 벼슬하고, 어지러우면 물러났습니다. 이윤은 어떤 임금이든 섬기고, 어떤 백성이든 다스렸습니다. 세상이 잘 다스려져도 나아가고, 어지러워도 나아갔습니다. 공자는 벼슬할 만하면 벼슬하고, 그만둘 만하면 그만두셨습니다. 오래 머물 만하면 오래 머물고, 빨리 떠날 만하면 빨리 떠나셨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옛 성인입니다. 나는 아직 그분들처럼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내가 바라는 것은 공자를 배우는 것입니다.”
공손추가 물었다. “백이와 이윤은 공자와 같은 자리에 놓을 만한 분들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사람이 세상에 생겨난 뒤로 공자 같은 분은 없었습니다.”
공손추가 물었다. “그렇다면 세 분이 같은 점도 있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있습니다. 세 분은 모두 백 리 땅만 얻어 다스려도 여러 나라 임금을 모이게 하고 온 세상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을 하나라도 하거나, 죄 없는 사람을 하나라도 죽여서 온 세상을 얻으라면, 모두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같은 점입니다.”
공손추가 말했다. “여쭈어도 될까요?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재아와 자공과 은 성인을 알아볼 만큼 지혜로웠습니다. 그들은 아무리 못났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할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재아가 말했습니다. ‘제가 우리 선생님을 보기에, 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 자공이 말했습니다. ‘한 나라의 예절을 보면 그 나라 정치를 알 수 있습니다. 그 나라 음악을 들으면 그 나라 임금의 덕을 알 수 있습니다. 백 세대 뒤에 그동안의 왕들과 견주어 보아도, 누구도 선생님을 넘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이 생겨난 뒤로 선생님 같은 분은 없었습니다.’ 유약이 말했습니다. ‘어찌 사람만 그렇겠습니까? 기린은 달리는 짐승 가운데서, 봉황은 나는 새 가운데서 뛰어납니다. 태산은 작은 언덕 가운데서, 강과 바다는 길바닥 웅덩이 가운데서 뛰어납니다. 모두 같은 무리이지만 뛰어난 것입니다. 성인도 사람들 가운데서 그렇습니다. 같은 무리에서 뛰어나고, 그 무리에서 우뚝 솟았습니다. 사람이 생겨난 뒤로 공자보다 훌륭한 분은 없었습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힘을 쓰면서 어진 척하는 사람은 여러 나라의 우두머리가 됩니다. 이런 우두머리는 반드시 큰 나라를 가져야 합니다. 덕으로 어진 정치를 펴는 사람은 참된 왕이 됩니다. 참된 왕은 큰 나라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탕임금은 칠십 리 땅으로, 문왕은 백 리 땅으로 왕이 되었습니다. 힘으로 남을 따르게 하면, 사람들은 마음으로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힘이 모자라서 따르는 것입니다. 덕으로 남을 따르게 하면,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진심으로 따릅니다. 일흔 명의 제자들이 공자를 따른 것과 같습니다. 『』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서쪽에서 동쪽까지, 남쪽에서 북쪽까지, 따르지 않으려는 마음이 하나도 없네.’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질면 영광스럽고, 어질지 못하면 부끄러움을 당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싫어하면서도 어질지 못한 채로 지냅니다. 이것은 축축한 것을 싫어하면서 낮은 곳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부끄러움이 싫다면 덕을 귀하게 여기고 를 높여야 합니다. 어진 사람에게 높은 자리를 주고, 재주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나라가 한가할 때, 바로 그때 정치와 법을 밝게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러면 큰 나라라도 반드시 그 나라를 두려워할 것입니다. 『시경』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하늘이 흐려지고 비가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캐다가 창과 문을 단단히 묶어 두네. 그러면 아래 사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감히 나를 얕보리오?’ 공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노래를 지은 사람은 바른 길을 아는구나! 자기 나라를 잘 다스린다면 누가 감히 얕보겠는가?’ 그런데 지금 나라가 한가할 때, 바로 그때 놀고 즐기며 게으르게 지낸다면, 이는 스스로 을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재앙과 복은 모두 스스로 불러오는 것입니다. 『시경』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늘 하늘의 뜻에 맞게 살아,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하라.’ 『』이라는 글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재앙은 살아남을 수 없다.’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진 사람을 높이고 재주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며, 뛰어난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온 세상의 들이 기뻐하며 그 나라 에서 일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시장에서 세금을 거두지 않고, 법으로 시장을 까다롭게 막지 않는다고 합시다. 그러면 온 세상의 장사꾼들이 기뻐하며 그 시장에 물건을 쌓아 두고 싶어 할 것입니다. 나라 에서 살펴보기만 하고 세금을 거두지 않는다고 합시다. 그러면 온 세상의 나그네들이 기뻐하며 그 길로 다니고 싶어 할 것입니다. 농부에게 나라 밭 농사만 거들게 하고 세금을 거두지 않는다고 합시다. 그러면 온 세상의 농부들이 기뻐하며 그 들판에서 농사짓고 싶어 할 것입니다. 사는 집에 사람 수대로 매기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고 합시다. 그러면 온 세상의 백성들이 기뻐하며 그 나라 백성이 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를 참으로 해낸다면, 이웃 나라 백성들도 그 임금을 부모처럼 우러를 것입니다. 자식들을 이끌고 그 부모를 치는 일은, 사람이 생겨난 뒤로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 임금은 온 세상에 맞설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온 세상에 맞설 사람이 없는 사람은 하늘이 보낸 입니다. 그런데도 참된 왕이 되지 못한 사람은 아직 없었습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의 아픔을 차마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옛 훌륭한 임금들은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남의 아픔을 차마 보아 넘기지 못하는 정치를 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이런 정치를 펴면, 온 세상을 다스리는 일도 손바닥 위에서 물건을 굴리듯 쉬울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마음이 있다고 말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문득 보았다고 합시다. 누구나 깜짝 놀라며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듭니다. 그 아이의 부모와 친해지려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에게 칭찬을 들으려고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나쁜 소문이 날까 봐 싫어서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으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남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가엾게 여기는 마음은 인의 입니다.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의의 싹입니다. 양보하는 마음은 예의 싹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의 싹입니다. 사람에게 이 네 가지 싹, 곧 이 있는 것은 팔다리가 넷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네 가지 싹이 있으면서도 스스로 ‘나는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를 해치는 사람입니다. 자기 임금이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임금을 해치는 사람입니다. 자기에게 네 가지 싹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넓히고 채워 나가야 합니다. 불이 처음 붙어 타오르고, 샘물이 처음 솟아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이 싹을 채워 나간다면 온 세상을 지켜 낼 수 있습니다. 채워 나가지 못한다면 제 부모조차 제대로 섬기지 못할 것입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화살 만드는 사람이 어찌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못하겠는가? 화살 만드는 사람은 오직 자기 화살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못할까 걱정한다. 갑옷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이 다칠까 걱정한다. 과 목수도 그렇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할지 잘 골라야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진 마을에 사는 것이 아름답다. 어진 곳을 골라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 은 하늘이 내린 가장 높은 벼슬이고, 사람이 편히 머무는 집이다. 아무도 막지 않는데도 어질지 못하다면,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어질지도 못하고, 지혜롭지도 못하고, 예의도 없고, 옳음도 없다면, 남에게 부림당하는 종과 같다. 남에게 부림당하면서 부림당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고 하자. 그것은 활 만드는 사람이 활 만들기를 부끄러워하고, 화살 만드는 사람이 화살 만들기를 부끄러워하는 것과 같다. 정말 부끄럽다면 어진 사람이 되는 것보다 좋은 길은 없다. 어진 사람은 활 쏘는 사람과 같다. 활 쏘는 사람은 먼저 자기 몸가짐을 바르게 한 뒤에 쏜다. 쏘아서 맞히지 못해도 자기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돌이켜 자기에게서 까닭을 찾을 뿐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자로는 남이 자기 잘못을 알려 주면 기뻐했다. 우임금은 좋은 말을 들으면 절을 했다. 위대한 순임금은 그보다 더 훌륭했다. 착한 일을 남과 함께했다. 자기 생각을 버리고 남을 따랐다. 남에게서 좋은 점을 배워 착한 일을 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그릇을 굽고, 물고기를 잡던 때부터 임금이 될 때까지, 남에게서 배우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남에게서 좋은 점을 배워 착한 일을 하는 것은, 남과 더불어 착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에게는 남과 더불어 착한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백이는 섬길 만한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았고, 사귈 만한 벗이 아니면 사귀지 않았다. 나쁜 사람이 있는 조정에는 서지 않았고, 나쁜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았다. 나쁜 사람의 조정에 서거나 나쁜 사람과 말하는 것을, 을 차려입고 진흙탕 숯 더미에 앉는 것처럼 여겼다. 나쁜 것을 싫어하는 그의 마음을 미루어 보자. 마을 사람과 함께 서 있는데 그 사람의 이 삐뚤어져 있다고 하자. 그러면 자기도 더러워질까 봐 미련 없이 떠나 버렸다. 그래서 여러 나라 임금이 아무리 좋은 말로 불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 가는 것조차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 는 더러운 임금을 섬기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낮은 벼슬도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벼슬에 나아가면 자기 재주를 숨기지 않았고, 반드시 자기의 바른 길을 따랐다. 버림받아도 원망하지 않았고, 가난하고 어려워도 근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네가 내 곁에서 옷을 벗고 맨몸을 드러낸다 해도, 네가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느냐?’ 그래서 그는 느긋하게 그들과 어울리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았다. 누가 붙잡으면 머물렀다. 붙잡으면 머물렀던 것은, 굳이 떠나는 것조차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백이는 마음이 너무 좁았고, 유하혜는 너무 공손하지 못했다. 좁은 마음과 공손하지 못한 태도는 가 따르지 않는 길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주는 좋은 때()는 땅이 주는 이로움()만 못하다. 땅이 주는 이로움은 사람들이 서로 하나 되는 것()만 못하다. 안쪽 성벽 둘레가 삼 리, 바깥 성벽 둘레가 칠 리인 작은 성이 있다고 하자. 이 성을 빙 둘러싸고 쳐도 이기지 못한다. 빙 둘러싸고 칠 때는 하늘이 주는 좋은 때를 만난 쪽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기지 못하는 것은 하늘의 때가 땅의 이로움만 못하기 때문이다. 성벽이 높지 않은 것도 아니고, 성 둘레의 못이 깊지 않은 것도 아니다. 무기와 갑옷이 튼튼하고 날카롭지 않은 것도 아니고, 쌀과 곡식이 많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성을 버리고 달아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땅의 이로움이 사람들의 하나 됨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백성을 붙잡아 두는 것은 나라의 경계선이 아니다. 나라를 굳게 지키는 것은 험한 산과 골짜기가 아니다. 온 세상을 떨게 하는 것은 날카로운 무기가 아니다. 바른 길을 얻은 사람은 돕는 사람이 많다. 바른 길을 잃은 사람은 돕는 사람이 적다. 돕는 사람이 아주 적어지면 친척까지 등을 돌린다. 돕는 사람이 아주 많아지면 온 세상이 따른다. 온 세상이 따르는 사람이, 친척까지 등을 돌린 사람을 친다고 하자. 그러니 는 싸우지 않을 수는 있어도,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맹자가 제나라 왕을 뵈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왕이 사람을 보내 말했다. “내가 직접 찾아뵈려 했으나 감기에 걸려 바람을 쐴 수가 없습니다. 아침에는 에 나가 일을 볼 텐데, 거기서 뵐 수 있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병이 나서 조정에 나갈 수 없습니다.”
다음 날 맹자는 동곽씨 집에 을 가려 하였다. 공손추가 말했다. “어제는 병을 로 거절하시고 오늘은 문상을 가시다니,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요?” 맹자가 말했다. “어제는 아팠고 오늘은 나았다. 어찌 문상을 가지 않겠느냐?”
왕이 사람을 보내 병문안을 했고, 도 찾아왔다. 가 대답했다. “어제는 왕의 부르심이 있었지만, ‘’이 있어서 조정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병이 조금 나았으니 서둘러 조정에 가실 텐데, 거기까지 가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는 몇 사람을 길로 보내 맹자를 막아서게 하며 말을 전했다. “부디 집으로 돌아오지 마시고 조정으로 가십시오!”
맹자는 어쩔 수 없이 경축씨 집에 가서 묵었다. 경자가 말했다. “집 안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집 밖에서는 임금과 신하가 사람 사이의 가장 큰 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사랑이 으뜸이고,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이 으뜸입니다. 제가 보니 왕께서는 선생님을 공경하십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왕을 공경하시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제나라 사람 가운데 왕께 를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과 의가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서이겠습니까? 그들은 속으로 ‘이런 임금하고 어떻게 인과 의를 말하겠는가’ 하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보다 더 큰 는 없습니다. 저는 요임금과 순임금의 바른 길이 아니면 감히 왕 앞에서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나라 사람 가운데 저만큼 왕을 공경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경자가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하려던 것은 그게 아닙니다. 『』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부르면 대답할 틈도 없이 달려가고, 임금이 부르면 수레를 기다리지 않고 나선다.’ 선생님은 본래 조정에 가시려 했습니다. 그런데 왕의 부르심을 듣고 도리어 가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은 예의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어찌 그런 뜻이겠습니까? 증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진나라와 초나라의 부유함은 따라갈 수 없다. 그들에게 재물이 있다면, 나에게는 나의 인이 있다. 그들에게 높은 벼슬이 있다면, 나에게는 나의 의가 있다. 내가 무엇이 모자라겠는가?’ 이 말이 옳지 않다면 증자께서 하셨겠습니까? 이것도 하나의 바른 길입니다. 세상에는 누구나 높이 받드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벼슬이 하나, 나이가 하나, 덕이 하나입니다. 조정에서는 벼슬이 으뜸이고, 마을에서는 나이가 으뜸입니다. 세상을 돕고 백성을 이끄는 데는 덕이 으뜸입니다. 어찌 그 가운데 하나를 가졌다고 나머지 둘을 가진 사람을 얕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큰일을 하려는 임금에게는 반드시 함부로 부르지 못하는 신하가 있습니다. 의논할 일이 있으면 임금이 직접 찾아갑니다. 덕을 높이고 바른 길을 즐기는 마음이 이 정도가 아니면, 함께 큰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탕임금은 이윤에게 먼저 배운 뒤에 그를 신하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참된 왕이 되었습니다. 은 관중에게 먼저 배운 뒤에 그를 신하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여러 나라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지금 세상의 나라들은 땅도 비슷하고 덕도 비슷해서 누구도 남보다 앞서지 못합니다. 다른 까닭이 없습니다. 임금들이 자기가 가르칠 만한 사람을 신하로 삼기는 좋아하고, 자기를 가르쳐 줄 사람을 신하로 삼기는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탕임금은 이윤을, 환공은 관중을 감히 부르지 못했습니다. 관중조차 함부로 부를 수 없었습니다. 관중 같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이야 어떻겠습니까?”
제자 진진이 물었다. “지난번 제나라에서는 왕께서 좋은 금 백 을 보내셨는데 받지 않으셨습니다. 송나라에서는 칠십 을 보냈는데 받으셨습니다. 설나라에서는 오십 일을 보냈는데 받으셨습니다. 지난번에 받지 않으신 것이 옳다면, 이번에 받으신 것은 틀린 것입니다. 이번에 받으신 것이 옳다면, 지난번에 받지 않으신 것은 틀린 것입니다. 선생님은 둘 가운데 하나는 틀리셨을 것입니다.”
맹자가 말했다. “둘 다 옳습니다. 송나라에 있을 때 저는 먼 길을 떠나려 했습니다. 길 떠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을 줍니다. 그들이 ‘노잣돈을 드립니다’ 하고 주었는데, 제가 어찌 받지 않겠습니까? 설나라에 있을 때 저는 몸을 지킬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조심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며 지킬 군사를 둘 돈으로 주었는데, 제가 어찌 받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제나라에서는 받을 이 없었습니다. 명분 없이 돈을 주는 것은 저를 돈으로 사려는 것입니다. 가 어찌 돈에 팔릴 수 있겠습니까?”
맹자가 평륙에 가서 그 고을을 다스리는 에게 말했다. “당신의 창 든 병사가 하루에 세 번이나 줄에서 벗어난다면, 그 병사를 내보내겠습니까?”
대부가 말했다. “세 번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내보내겠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줄에서 벗어난 일도 많습니다. 이 들어 굶주린 해에, 당신 고을의 늙고 약한 사람들은 도랑과 골짜기에 쓰러져 뒹굴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런 사람이 수천 명입니다.”
대부가 말했다. “그것은 저 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맹자가 말했다. “어떤 사람이 남의 소와 양을 맡아 기른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는 반드시 소와 양을 먹일 풀밭과 을 찾아야 합니다. 풀밭과 꼴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소와 양을 주인에게 돌려주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서서 굶어 죽는 것을 보고만 있겠습니까?”
대부가 말했다. “그건 저 공거심의 잘못입니다.”
다른 날 맹자가 왕을 만나 말했다. “왕의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 가운데 제가 아는 이가 다섯입니다. 그 가운데 자기 잘못을 아는 사람은 공거심 하나뿐입니다. 왕께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맹자가 이야기를 마치자 왕이 말했다. “그것은 의 잘못입니다.”
맹자가 에게 말했다. “당신은 영구 고을을 다스리는 자리를 내놓고, 죄를 다스리는 벼슬을 맡겠다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임금에게 바른말을 할 수 있으니 옳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벌써 몇 달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바른말을 할 수 없습니까?”
지와는 왕에게 잘못을 고치시라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벼슬을 내놓고 떠났다. 제나라 사람들이 말했다. “맹자가 지와를 위해 해 준 일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맹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지 우리는 모르겠다.”
제자 공도자가 이 말을 맹자에게 전했다. 맹자가 말했다. “내가 듣기로 이렇다. 벼슬을 맡은 사람은 맡은 일을 해낼 수 없으면 떠난다. 바른말을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은 그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떠난다. 나는 맡은 벼슬도 없고, 바른말을 할 책임도 없다. 그러니 내가 나아가고 물러나는 일에 어찌 넉넉한 가 없겠느냐?”
맹자가 제나라의 높은 벼슬인 으로 있을 때, 등나라에 문상을 가게 되었다. 왕은 개 고을의 대부 왕환을 딸려 보냈다. 왕환은 아침저녁으로 맹자를 만났다. 그런데 제나라와 등나라를 오가는 길 내내, 맹자는 그와 문상 일에 대해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공손추가 말했다. “제나라 경의 자리는 작지 않습니다. 제나라와 등나라 사이의 길도 가깝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가는 길에 왕환과 그 일을 한마디도 나누지 않으셨으니,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그가 이미 다 알아서 처리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맹자가 제나라에서 노나라로 가서 어머니 를 치렀다. 그리고 제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영 땅에 머물렀다.
제자 충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번에 선생님께서 제가 모자란 줄 모르시고 만드는 일을 맡기셨습니다. 그때는 일이 급하고 엄숙해서 감히 여쭙지 못했습니다. 이제 조심스레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관에 쓴 나무가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아주 옛날에는 관과 의 두께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 뒤 중간 옛날에는 관의 두께를 일곱 로 하고, 겉널도 거기에 맞추었다. 임금부터 보통 사람까지 모두 그렇게 했다. 그저 보기 좋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야 자식의 마음을 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관을 쓸 수 없으면 마음이 기쁠 수 없다. 돈이 없어도 마음이 기쁠 수 없다. 좋은 관을 쓸 수 있고 돈도 있으면 옛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했다. 내가 어찌 나만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 또 돌아가신 분의 살갗에 흙이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자식 마음에 어찌 위로가 되지 않겠느냐? 나는 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세상 일 때문에 부모에게 쓸 것을 아끼지 않는다.’”
이 개인적으로 물었다. “를 쳐도 됩니까?”
맹자가 말했다. “쳐도 됩니다. 연나라 임금 자쾌는 나라를 남에게 줄 수 없었습니다. 신하 자지도 자쾌에게서 나라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 한 벼슬아치가 있다고 합시다. 당신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해서, 왕께 알리지 않고 몰래 당신의 과 벼슬을 그에게 주었다고 합시다. 그 사람도 왕의 명령 없이 몰래 당신에게서 그것을 받았다고 합시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연나라 일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제나라 사람들이 연나라를 쳤다. 어떤 사람이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에게 연나라를 치라고 권하셨다는데, 정말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아닙니다. 심동이 ‘연나라를 쳐도 됩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쳐도 됩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이 그 말을 옳다 여기고 연나라를 친 것입니다. 만약 그가 ‘누가 연나라를 칠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면, 나는 ‘하늘이 보낸 관리라면 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여기 사람을 죽인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누가 ‘이 사람을 죽여도 됩니까?’ 하고 물으면, 나는 ‘죽여도 됩니다’ 하고 대답할 것입니다. 만약 그가 ‘누가 이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나는 ‘죄를 다스리는 관리라면 죽일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연나라와 다를 바 없이 바르지 못한 제나라가 연나라를 친 것입니다. 내가 어찌 그런 일을 권했겠습니까?”
연나라 사람들이 들고일어났다. 제나라 왕이 말했다. “나는 맹자에게 몹시 부끄럽구나.”
신하 진가가 말했다. “왕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께서는 스스로 주공과 견주어 누가 더 어질고 지혜롭다고 생각하십니까?”
왕이 말했다. “아니, 무슨 그런 말을 하는가?”
진가가 말했다. “주공은 형 에게 은나라 땅을 살피게 했습니다. 그런데 관숙이 은나라 사람들을 이끌고 들고일어났습니다. 주공이 그럴 줄 알고도 맡겼다면 어질지 못한 것입니다. 모르고 맡겼다면 지혜롭지 못한 것입니다. 과 지혜는 주공도 다 갖추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왕께서야 어떻겠습니까? 제가 맹자를 만나 이 일을 잘 풀어 보겠습니다.”
진가가 맹자를 만나 물었다. “주공은 어떤 사람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옛 성인입니다.”
진가가 물었다. “주공이 관숙에게 은나라 땅을 살피게 했는데, 관숙이 은나라 사람들과 함께 들고일어났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진가가 물었다. “주공은 관숙이 들고일어날 줄 알고도 그 일을 맡겼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몰랐습니다.”
진가가 물었다. “그렇다면 성인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주공은 동생이고, 관숙은 형입니다. 주공의 잘못은 그럴 만하지 않습니까? 또 옛날 는 잘못하면 고쳤습니다. 오늘날 군자는 잘못하면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옛날 군자의 잘못은 해와 달이 가려지는 일식, 월식과 같아서 백성이 모두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고치면 백성이 모두 우러러보았습니다. 오늘날 군자는 어찌 잘못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만 하겠습니까? 거기에 그럴듯한 까지 늘어놓습니다.”
맹자가 벼슬을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왕이 맹자를 찾아와 말했다. “전에는 뵙고 싶어도 뵐 수 없었소. 그러다 곁에 모시게 되어 같은 조정에 있으니 무척 기뻤소. 그런데 이제 또 나를 두고 돌아가시니, 앞으로도 뵐 수 있을지 모르겠소.” 맹자가 대답했다. “감히 먼저 청하지는 못했지만, 그건 정말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다른 날 왕이 신하 시자에게 말했다. “나는 도성 한가운데에 맹자께 집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의 녹봉을 드려 제자들을 기르게 하고 싶다. 그래서 모든 벼슬아치와 백성이 본받고 우러를 로 삼고 싶다. 그대가 나를 위해 맹자께 이 말을 전해 주지 않겠는가?”
시자는 진자를 통해 이 말을 맹자에게 전하게 했다. 진자가 시자의 말을 맹자에게 알렸다. 맹자가 말했다. “그렇구나. 시자가 이것이 안 될 일임을 어찌 알겠느냐?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십만을 마다하고 만을 받는 것이 부자가 되려는 것이겠느냐? 계손이 이렇게 말했다. ‘자숙의는 참 이상하다! 자기가 나랏일을 맡았다가 쓰이지 않으면 그만두면 그만이다. 그런데 또 자기 자식과 동생을 높은 벼슬에 앉혔다. 누구인들 부자가 되고 높아지기를 싫어하겠는가? 그런데 그는 부와 벼슬 가운데서도 혼자 이익을 다 차지하려 한다.’ 옛날 시장은 자기가 가진 것으로 자기에게 없는 것을 바꾸는 곳이었다. 관리는 그것을 살피기만 했다. 그런데 한 비열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꼭 을 찾아 올라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시장의 이익을 모조리 휩쓸어 갔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고 여겼다. 그래서 그에게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장사꾼에게 세금을 거두는 일은 이 비열한 사내로부터 시작되었다.”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 주 땅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왕을 위해 맹자를 붙잡으려는 사람이 찾아와 앉아서 말했다. 맹자는 대답하지 않고 팔걸이에 기대어 누워 버렸다. 손님은 언짢아하며 말했다. “저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하룻밤을 지낸 뒤에야 감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누워서 듣지도 않으십니다. 다시는 감히 찾아뵙지 않겠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앉아라! 내가 분명히 말해 주겠다. 옛날 노나라 목공은 곁에 사람을 두지 않으면 자사를 편안히 머물게 할 수 없었다. 설류와 신상은 목공 자기 몸을 편안히 둘 수 없었다. 너는 이 어른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목공이 자사를 대한 것만 못하구나. 네가 이 어른을 저버린 것이냐? 이 어른이 너를 저버린 것이냐?”
맹자가 제나라를 떠났다. 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왕이 탕임금이나 무왕처럼 될 수 없음을 몰랐다면 밝지 못한 것이다. 알면서도 찾아왔다면 벼슬과 재물을 바란 것이다. 천 리 길을 와서 왕을 만났다가 뜻이 맞지 않아 떠난다. 그런데 사흘 밤이나 묵고서야 주 땅을 벗어나다니, 어찌 그리 꾸물거리는가?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 이 말을 맹자에게 전했다. 맹자가 말했다. “윤사가 어찌 나를 알겠느냐? 천 리 길을 와서 왕을 만나는 것은 내가 바란 일이다. 하지만 뜻이 맞지 않아 떠나는 것이 어찌 내가 바란 일이겠느냐? 어쩔 수 없었을 뿐이다. 나는 사흘 밤을 묵고 주 땅을 벗어났다. 그런데도 내 마음에는 오히려 빠르다고 여겨졌다. 왕이 혹시 마음을 고치지 않을까 싶었다. 왕이 마음을 고치면 반드시 나를 다시 부를 것이다. 주 땅을 벗어났는데도 왕이 나를 뒤쫓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없이 돌아갈 마음을 먹었다. 그렇다고 내가 어찌 왕을 버리겠느냐? 왕은 아직도 착한 정치를 할 만한 바탕이 있다. 왕이 나를 써 준다면 어찌 제나라 백성만 편안하겠느냐? 온 세상 백성이 모두 편안해질 것이다. 왕이 혹시 마음을 고치지 않을까, 나는 날마다 바란다. 내가 어찌 저 속 좁은 사내와 같겠느냐? 임금에게 바른말을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를 내며 얼굴에 성난 빛을 드러낸다. 그리고 떠날 때는 하루 내내 힘껏 걸은 뒤에야 묵는단 말이냐?”
윤사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나는 참으로 속 좁은 사람이구나.”
맹자가 제나라를 떠났다. 제자 충우가 길에서 물었다. “선생님 얼굴이 좀 언짢아 보이십니다. 예전에 제가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는다.’”
맹자가 말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오백 년마다 반드시 참된 왕이 나타나고, 그 사이에는 반드시 세상에 이름을 떨칠 사람이 나온다. 주나라가 선 뒤로 칠백 년이 넘게 지났다. 햇수로 따지면 이미 지났고, 때로 헤아려 보아도 그럴 때가 되었다. 그런데 하늘이 아직 온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하늘이 온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리려 한다면, 지금 세상에서 나 말고 누가 하겠느냐? 그러니 내가 어찌 언짢아하겠느냐?”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 휴 땅에 머물렀다.
공손추가 물었다. “벼슬을 하면서 녹봉을 받지 않는 것이 옛날의 바른 길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아니다. 숭 땅에서 나는 왕을 만날 수 있었다. 물러 나오면서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 녹봉을 받지 않았다. 곧이어 나라에 군대를 일으키라는 령이 내려져서, 떠나겠다고 청할 수 없었다. 제나라에 오래 머무는 것은 내 뜻이 아니었다.”
초등판은 휴담 국역을 바탕으로 초등학생이 혼자 읽을 수 있게 다시 쓴 글이며, 쓴 사람과 다른 검토자가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 원전 그대로의 글은 「원래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