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판 · 쉽게 풀어 쓴 글
훈민정음
세종 (世宗) 어제 · 정인지 등 해례 · 휴담 국역을 초등학생 눈높이로 다시 썼습니다 · 도서관에서 원문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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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조선의 세종 임금이 새로 만든 스물여덟 글자를 세상에 알린 책입니다. 앞부분에는 세종이 글자를 만든 까닭과 글자마다의 소리를 직접 적었고, 이어서 정인지 등 집현전 학자들이 글자를 만든 원리와 쓰는 법을 풀어 쓴 해례가 나옵니다. 마지막은 세종의 글을 그 무렵 우리말로 풀어 쓴 언해본입니다.
책 이름: —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우리나라 말은 중국 말과 다릅니다. 그래서 한자와는 서로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제가 이것을 딱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편하게 쓰게 하고 싶을 뿐입니다.
ㄱ은 입니다. ‘군(君)’ 자를 말할 때 맨 처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ㄱ을 두 개 나란히 쓰면 ‘규(虯)’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ㅋ도 어금닛소리입니다. ‘쾌(快)’ 자를 말할 때 맨 처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도 어금닛소리입니다. ‘업(業)’ 자를 말할 때 맨 처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ㄷ은 입니다. ‘두(斗)’ 자를 말할 때 맨 처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ㄷ을 두 개 나란히 쓰면, ‘담(覃)’ 자를 말할 때 맨 처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ㅌ도 혓소리입니다. ‘탄(呑)’ 자를 말할 때 맨 처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ㄴ은 혓소리(설음)입니다. ‘나(那)’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ㅂ은 (순음)입니다. ‘별(彆)’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ㅃ은 ㅂ을 나란히 쓴 것()입니다. ‘보(步)’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ㅍ도 입술소리(순음)입니다. ‘표(漂)’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ㅁ도 입술소리(순음)입니다. ‘미(彌)’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ㅈ은 (치음)입니다. ‘즉(卽)’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ㅉ은 ㅈ을 나란히 쓴 것(병서)입니다. ‘자(慈)’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ㅊ은 잇소리(치음)입니다. ‘침(侵)’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ㅅ도 잇소리(치음)입니다. ‘술(戌)’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ㅆ은 ㅅ을 나란히 쓴 것(병서)입니다. ‘사(邪)’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은 (후음)입니다. ‘’ 자의 첫소리를 낼 때와 같습니다.
ㅎ도 목구멍소리(후음)입니다. ‘허(虗)’ 자의 첫소리를 낼 때와 같습니다.
ㅎ을 두 개 나란히 쓰면, ‘’ 자의 첫소리를 낼 때와 같습니다.
ㅇ도 목구멍소리(후음)입니다. ‘욕(欲)’ 자의 첫소리를 낼 때와 같습니다.
ㄹ은 (반설음)입니다. ‘려(閭)’ 자의 첫소리를 낼 때와 같습니다. 은 (반치음)입니다. ‘’ 자의 첫소리를 낼 때와 같습니다.
는 입니다. ‘’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ㅡ는 ‘즉(即)’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ㅣ는 ‘침(侵)’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ㅗ는 ‘홍(洪)’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ㅏ는 ‘담(覃)’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ㅜ는 ‘군(君)’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ㅓ는 ‘업(業)’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ㅛ는 ‘욕(欲)’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ㅑ는 ‘양(穰)’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ㅠ는 ‘’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ㅕ는 ‘별(彆)’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끝소리(종성)는 첫소리(초성) 글자를 다시 씁니다. ㅇ을 입술소리 글자 아래에 이어 쓰면 입술가벼운소리()가 됩니다. 첫소리를 두 개 이상 합쳐 쓸 때는 나란히 씁니다. 끝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ㆍ, ㅡ, ㅗ, ㅜ, ㅛ, ㅠ는 첫소리 아래에 붙여 씁니다. ㅣ, ㅏ, ㅓ, ㅑ, ㅕ는 첫소리 오른쪽에 붙여 씁니다. 모든 글자는 꼭 합쳐져야 소리가 됩니다. 글자 왼쪽에 을 하나 찍으면 거성입니다. 점이 둘이면 상성입니다. 점이 없으면 평성입니다. 입성은 점 찍는 법은 같습니다. 다만 소리가 짧고 빠릅니다.
훈민정음 — 글자를 만든 까닭과 쓰는 법을 풀어 쓴 부분
(制字解) — 글자를 만든 원리 풀이
하늘과 땅의 이치는 과 뿐입니다. 곤괘와 복괘의 사이가 이 됩니다. 움직임과 멈춤이 있은 뒤에 음양이 됩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모든 생물은 음양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의 말소리에도 모두 음양의 이치가 들어 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살피지 못할 뿐입니다. 이번에 정음을 만든 것은 꾀를 내거나 애써 찾아낸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말소리를 따라가 그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었을 뿐입니다. 이치가 둘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어찌 하늘·땅·귀신과 그 쓰임이 같지 않겠습니까? 정음 28자는 저마다 어떤 모양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첫소리(초성)는 모두 17자입니다. 어금닛소리(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떴습니다. 혓소리(설음)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떴습니다. 입술소리(순음) ㅁ은 입 모양을 본떴습니다. 잇소리(치음) ㅅ은 이 모양을 본떴습니다. 목구멍소리(후음)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떴습니다. ㅋ은 ㄱ보다 소리가 조금 더 세게 납니다. 그래서 획을 하나 더했습니다. ㄴ에서 ㄷ, ㄷ에서 ㅌ이 되었습니다. ㅁ에서 ㅂ, ㅂ에서 ㅍ이 되었습니다. ㅅ에서 ㅈ, ㅈ에서 ㅊ이 되었습니다. ㅇ에서 ㆆ, ㆆ에서 ㅎ이 되었습니다. 모두 소리가 세지는 만큼 획을 더한 것으로, 그 뜻이 같습니다. 다만 ㆁ만은 다릅니다. 반혓소리(반설음) ㄹ과 반잇소리(반치음) ㅿ도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습니다. 하지만 생김새가 다르고, 획을 더한다는 뜻은 없습니다. 사람의 소리는 오행에 뿌리를 둡니다. 그래서 네 계절과 맞아 어긋나지 않습니다. 옛 음악의 다섯 음(오음)과도 어울려 거슬리지 않습니다. 목구멍은 깊고 촉촉하니 물에 해당합니다. 그 소리는 비어 있고 잘 통합니다. 물이 맑게 비치고 잘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계절로는 겨울이고, 음으로는 우(羽)입니다. 어금니는 들쭉날쭉하고 깁니다. 그러니 나무에 해당합니다. 그 소리는 목구멍소리와 비슷하지만 꽉 차 있습니다. 나무가 물에서 자라나 모양을 갖춘 것과 같습니다. 계절로는 봄이고, 음으로는 각(角)입니다. 혀는 날카롭고 잘 움직이니 불에 해당합니다.
그 소리는 구르며 날립니다. 불이 이리저리 번지며 타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계절로는 여름이고, 음으로는 치(徵)입니다. 이는 단단하고 잘라 내니 쇠에 해당합니다. 그 소리는 부서지듯 걸립니다. 쇠가 잘게 부서졌다가 두드려져 만들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계절로는 가을이고, 음으로는 상(商)입니다. 입술은 네모나고 서로 맞닿으니 흙에 해당합니다. 그 소리는 머금은 듯 넓습니다. 흙이 온갖 것을 품고 넓게 펼쳐진 것과 같습니다. 계절로는 늦여름(계하)이고, 음으로는 궁(宮)입니다. 그런데 물은 만물을 낳는 바탕입니다. 불은 만물을 이루어 내는 힘입니다. 그래서 오행 가운데 물과 불이 가장 큽니다. 목구멍은 소리가 나오는 문입니다. 혀는 소리를 가려내는 대롱입니다. 그래서 오음 가운데 목구멍소리와 혓소리가 으뜸입니다. 목구멍이 맨 뒤에 있고 어금니가 그다음입니다. 이것은 북쪽과 동쪽 자리입니다. 혀와 이가 또 그다음입니다. 이것은 남쪽과 서쪽 자리입니다. 입술은 맨 끝에 있습니다. 흙이 정해진 자리 없이 네 계절에 붙어 기운을 떨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첫소리 안에도 음양·오행·의 수가 저절로 들어 있습니다. 또 소리가 맑고 흐린 정도()로 말해 보겠습니다. ㄱ, ㄷ, ㅂ, ㅈ, ㅅ, ㆆ은 아주 맑은 소리(전청)입니다. ㅋ, ㅌ, ㅍ, ㅊ, ㅎ은 조금 맑은 소리(차청)입니다. ㄲ, ㄸ, ㅃ, ㅉ, ㅆ, 은 아주 흐린 소리(전탁)입니다. ㆁ, ㄴ, ㅁ, ㅇ, ㄹ, ㅿ은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소리(불청불탁)입니다. ㄴ, ㅁ, ㅇ은 소리가 가장 세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례로는 뒤에 있습니다. 하지만 모양을 본떠 글자를 만들 때는 맨 처음이 됩니다. ㅅ과 ㅈ은 둘 다 아주 맑은 소리입니다. 하지만 ㅅ이 ㅈ보다 소리가 세지 않습니다. 그래서 ㅅ도 글자 만들기의 처음이 됩니다. 다만 어금닛소리 ㆁ은 다릅니다. ㆁ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고, 소리 기운이 코로 나옵니다. 그런데도 그 소리가 ㅇ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에서는 의(疑) 자와 유(喩) 자를 자주 섞어 씁니다. 이번에도 ㆁ은 목구멍 모양을 본떴습니다. 그래서 어금닛소리 글자를 만드는 처음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목구멍은 물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에 속합니다. ㆁ은 어금닛소리인데도 ㅇ과 비슷합니다. 이것은 나무의 싹이 물에서 막 돋아, 아직 여리고 물기가 많은 것과 같습니다. ㄱ은 나무가 몸을 갖춘 것입니다. ㅋ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것입니다. ㄲ은 나무가 늙고 굳세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자들은 모두 어금니에서 모양을 따왔습니다. 아주 맑은 소리를 나란히 쓰면 아주 흐린 소리가 됩니다. 아주 맑은 소리가 엉기면 아주 흐린 소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구멍소리만은 조금 맑은 소리를 나란히 써서 아주 흐린 소리를 만듭니다. ㆆ은 소리가 깊어서 엉기지 않습니다. ㅎ은 ㆆ보다 소리가 얕습니다. 그래서 엉겨서 아주 흐린 소리가 됩니다. ㅇ을 입술소리 아래에 이어 쓰면 입술가벼운소리(순경음)가 됩니다. 가벼운 소리는 입술이 살짝만 닿고, 목구멍 소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운뎃소리(중성)는 모두 11자입니다. ㆍ는 혀를 움츠리고 소리가 깊습니다. 하늘이 자(子)에서 열린 것과 같습니다. 둥근 모양은 하늘을 본떴습니다. ㅡ는 혀를 조금 움츠리고, 소리가 깊지도 얕지도 않습니다. 땅이 축(丑)에서 열린 것과 같습니다. 평평한 모양은 땅을 본떴습니다. ㅣ는 혀를 움츠리지 않고, 소리가 얕습니다. 사람이 인(寅)에서 생겨난 것과 같습니다. 서 있는 모양은 사람을 본떴습니다. 그 아래 여덟 소리는 하나는 닫히고 하나는 열립니다. ㅗ는 ㆍ와 같지만 입을 오므립니다. 모양은 ㆍ와 ㅡ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처음 만난다는 뜻을 땄습니다. ㅏ는 ㆍ와 같지만 입을 벌립니다. 모양은 ㅣ와 ㆍ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하늘과 땅의 쓰임이 사물에 드러나되, 사람을 기다려 이루어진다는 뜻을 땄습니다. ㅜ는 ㅡ와 같지만 입을 오므립니다. 모양은 ㅡ와 ㆍ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이것도 하늘과 땅이 처음 만난다는 뜻을 땄습니다. ㅓ는 ㅡ와 같지만 입을 벌립니다. 모양은 ㆍ와 ㅣ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이것도 하늘과 땅의 쓰임이 사물에 드러나 사람을 기다려 이루어진다는 뜻을 땄습니다. ㅛ는 ㅗ와 같지만 ㅣ에서 시작합니다. ㅑ는 ㅏ와 같지만 ㅣ에서 시작합니다.
ㅠ는 ㅜ와 같지만 ㅣ에서 시작합니다. ㅕ는 ㅓ와 같지만 ㅣ에서 시작합니다. ㅗ, ㅏ, ㅜ, ㅓ는 하늘과 땅에서 시작하니 처음 나온 것입니다. ㅛ, ㅑ, ㅠ, ㅕ는 ㅣ에서 시작해 사람을 함께 품으니 두 번째로 나온 것입니다. ㅗ, ㅏ, ㅜ, ㅓ에 둥근 점이 하나인 것은 처음 생겨났다는 뜻입니다. ㅛ, ㅑ, ㅠ, ㅕ에 둥근 점이 둘인 것은 두 번째로 생겨났다는 뜻입니다. ㅗ, ㅏ, ㅛ, ㅑ는 둥근 점이 위와 바깥에 있습니다. 하늘에서 나와 양이 되기 때문입니다. ㅜ, ㅓ, ㅠ, ㅕ는 둥근 점이 아래와 안에 있습니다. 땅에서 나와 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ㆍ가 여덟 소리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양이 음을 이끌며 만물에 두루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ㅛ, ㅑ, ㅠ, ㅕ가 모두 사람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사람은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해서 하늘과 땅()의 일에 함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땅·사람을 본떴으니 의 이치가 다 갖추어졌습니다. 그런데 삼재는 만물보다 먼저입니다. 또 하늘은 삼재의 시작입니다. 그것은 ㆍ, ㅡ, ㅣ 세 글자가 여덟 소리의 머리이고, ㆍ가 또 세 글자의 으뜸인 것과 같습니다. ㅗ는 하늘에서 처음 생겨났으니, 하늘이 물을 낳는 자리입니다. ㅏ는 그다음이니, 하늘이 나무를 낳는 자리입니다. ㅜ는 땅에서 처음 생겨났으니, 땅이 불을 낳는 자리입니다. ㅓ는 그다음이니, 땅이 쇠를 낳는 자리입니다. ㅛ는 하늘에서 두 번째로 생겨났으니, 하늘이 불을 이루는 수입니다. ㅑ는 그다음이니, 하늘이 쇠를 이루는 수입니다. ㅠ는 땅에서 두 번째로 생겨났으니, 땅이 물을 이루는 수입니다. ㅕ는 그다음이니, 땅이 나무를 이루는 수입니다. 물과 불은 아직 기운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음양이 처음 만나는 때라서 닫힙니다. 나무와 쇠는 음양이 자리 잡은 단단한 바탕이라서 열립니다. ㆍ는 하늘이 흙을 낳는 자리입니다. ㅡ는 땅이 흙을 이루는 수입니다.
ㅣ에만 자리와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의 참된 것과 음양오행의 알맹이가 묘하게 합쳐져 엉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자리나 이룬 수로 따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가운뎃소리 안에도 음양·오행·방위의 수가 저절로 들어 있습니다. 첫소리를 가운뎃소리와 견주어 말해 보겠습니다. 음양은 하늘의 이치(천도)입니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은 땅의 이치(지도)입니다. 가운뎃소리는 깊거나 얕고, 닫히거나 열립니다. 이것은 음양이 나뉘고 오행의 기운이 갖추어진 것이니, 하늘의 쓰임입니다. 첫소리는 비거나 차고, 날리거나 막히고, 무겁거나 가볍습니다. 이것은 강유가 드러나고 오행의 바탕이 이루어진 것이니, 땅의 공입니다. 가운뎃소리가 깊고 얕음, 닫히고 열림으로 앞에서 노래합니다. 첫소리는 오음의 맑고 흐림으로 뒤에서 따라 부릅니다. 그래서 첫소리가 되기도 하고 끝소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만물이 땅에서 처음 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 줍니다. 첫소리·가운뎃소리·끝소리를 합쳐 만든 글자로 말해 보겠습니다. 여기에도 움직임과 멈춤이 서로 뿌리가 되고, 음양이 서로 바뀌는 뜻이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하늘입니다. 고요한 것은 땅입니다. 움직임과 고요함을 함께 지닌 것은 사람입니다. 오행이 하늘에 있으면 신비한 기운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땅에 있으면 바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으면 가 신비한 기운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또 은 바탕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첫소리는 일어나 움직이는 뜻이 있으니, 하늘의 일입니다. 끝소리는 멈추어 자리 잡는 뜻이 있으니, 땅의 일입니다. 가운뎃소리는 첫소리가 생겨난 것을 이어받아 끝소리가 이루는 것에 이어 주니, 사람의 일입니다. 글자 소리의 핵심은 가운뎃소리에 있습니다. 첫소리와 끝소리가 이와 합쳐져 소리를 이룹니다. 이것은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고 기르지만, 그것을 다듬고 돕는 일은 꼭 사람에게 기대는 것과 같습니다.
끝소리에 첫소리 글자를 다시 쓰는 까닭이 있습니다. 움직여서 양이 되는 것도 이고, 고요해서 음이 되는 것도 건입니다. 건이 실로 음양을 나누어 모든 것을 다스리기 때문입니다.
처음의 한 기운(일원)은 쉬지 않고 두루 흐릅니다. 네 계절은 끝없이 돌고 돕니다. 그래서 정(貞)에서 다시 원(元)으로,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돌아옵니다. 첫소리가 다시 끝소리가 되고, 끝소리가 다시 첫소리가 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아! 정음이 만들어지자 하늘과 땅, 만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이것은 아마 하늘이 의 마음을 열어 주고 그 손을 빌린 것이 아닐까요? (노래로 줄인 글)에 이렇게 말합니다.
하늘과 땅이 만물을 빚는 것은 본래 한 기운입니다.
음양과 오행이 서로 처음과 끝이 됩니다.
만물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모양과 소리를 지닙니다.
뿌리는 둘이 아니니, 이치와 수가 서로 통합니다.
정음 글자를 만들 때 그 모양을 본뜨는 것을 중히 여겼습니다.
소리가 세질 때마다 획을 하나씩 더했습니다.
소리는 어금니·혀·입술·이·목구멍에서 나옵니다.
이것이 첫소리 글자 열일곱 자입니다.
어금닛소리는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땄습니다.
다만 ‘ᅌ’은 ‘欲(욕)’의 소리와 비슷하지만, 뜻을 따로 땄습니다.
혓소리는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떴습니다.
입술소리는 그대로 입 모양을 땄습니다.
잇소리와 목구멍소리는 이와 목구멍의 모양을 바로 땄습니다.
이 다섯 가지 뜻을 알면 소리가 저절로 환해집니다.
또 반혓소리와 반잇소리가 있습니다.
모양을 딴 것은 같지만 생김새는 다릅니다.
ㄴ, ㅁ, ㅅ, ㅇ은 소리가 세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례는 뒤지만, 모양을 본뜬 것은 이 글자들이 처음입니다.
네 계절과 하늘땅 사이의 기운()에 맞추어 보았습니다.
그러니 오행과 오음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목구멍소리는 물이고, 겨울이며, 우음입니다.
어금닛소리는 봄이고 나무이며, 그 음은 각음입니다.
치(徵)음은 여름이고 불이며, 혓소리입니다.
잇소리는 상음이고 가을이며, 또 쇠입니다.
입술소리는 자리와 수가 본래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흙에 해당하고, 늦여름이며, 입니다.
말소리에는 또 저마다 맑고 흐림이 있습니다.
처음 소리 낼 때를 잘 살펴서 찾아야 합니다.
아주 맑은 소리(전청)는 ㄱ, ㄷ, ㅂ입니다.
ㅈ, ㅅ, ㆆ도 아주 맑은 소리입니다.
ㅋ, ㅌ, ㅍ, ㅊ, ㅎ은
다섯 음에 하나씩 있는 조금 맑은 소리(차청)입니다.
아주 흐린 소리(전탁)는 ㄲ, ㄸ, ㅃ입니다.
또 ㅉ과 ㅆ이 있고, ㆅ도 있습니다.
아주 맑은 소리를 나란히 써서 아주 흐린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ㆅ만은 ㅎ에서 나왔다는 점이 다릅니다.
ㆁ, ㄴ, ㅁ, ㅇ, ㄹ, ㅿ은 그 소리가 맑지도 흐리지도 않습니다.
ㅇ을 이어 써서 입술가벼운소리(순경음)를 만들었습니다.
목구멍 소리가 많고 입술은 살짝 닿는 소리입니다.
가운뎃소리 열한 자도 모양을 본떴습니다.
그 깊은 뜻은 쉽게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ㆍ는 하늘을 본떠 소리가 가장 깊습니다.
그래서 모양이 탄알처럼 둥급니다.
ㅡ는 소리가 깊지도 얕지도 않습니다.
모양이 평평해 땅을 본떴습니다.
ㅣ는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본떴고, 소리가 얕습니다.
이렇게 하늘·땅·사람(삼재)의 이치가 갖추어졌습니다.
ㅗ는 하늘에서 나왔지만 아직 닫힌 소리입니다.
둥근 하늘과 평평한 땅을 합친 모양을 땄습니다.
ㅏ도 하늘에서 나왔고 이미 열린 소리입니다.
사물에서 일어나 사람에게서 이루어집니다.
처음 생겨났다는 뜻으로 둥근 점을 하나로 했습니다.
하늘에서 나와 양이 되니 위와 바깥에 있습니다.
ㅛ와 ㅑ는 사람을 함께 품어 두 번째로 나온 소리입니다.
둥근 점 두 개로 그 뜻을 보입니다.
‘군(君)’, ‘업(業)’, ‘술(戌)’, ‘별(彆)’의 가운뎃소리는 땅에서 나왔습니다.
보기를 보면 저절로 알 수 있으니 따로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탄(呑)’의 가운뎃소리는 여덟 소리를 꿰뚫습니다.
하늘의 쓰임이 두루 퍼져 흐르는 것입니다.
네 소리가 사람을 함께 품는 데에도 까닭이 있습니다.
사람은 하늘과 땅의 일에 함께하니 가장 신령합니다.
또 세 소리에서 가장 깊은 이치를 따져 보면,
저절로 단단함과 부드러움, 음과 양이 있습니다.
가운뎃소리는 하늘의 쓰임이라 음양이 나뉩니다.
첫소리는 땅의 공이라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드러납니다.
가운뎃소리가 노래하면 첫소리가 따라 부릅니다.
하늘이 땅보다 앞서니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따라 부르는 것이 첫소리도 되고 끝소리도 됩니다.
만물이 생겨났다가 돌아가는 곳은 모두 땅(곤)입니다.
음이 바뀌어 양이 되고, 양이 바뀌어 음이 됩니다.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멈추는 것이 서로 뿌리가 됩니다.
첫소리는 또 생겨나 일어난다는 뜻이 있습니다.
양의 움직임이니 하늘이 맡습니다.
끝소리는 땅에 견주니 음의 고요함입니다.
글자의 소리가 여기에서 멈추어 자리 잡습니다.
가 이루어지는 핵심은 가운뎃소리의 쓰임에 있습니다.
사람이 하늘과 땅을 도울 수 있으니 마땅합니다.
양의 쓰임은 음에도 통합니다.
끝까지 뻗으면 다시 돌아옵니다.
첫소리와 끝소리가 둘(양의)로 나뉜다고 하지만,
끝소리에 첫소리를 쓰는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정음 글자는 겨우 스물여덟 자입니다.
그런데도 깊은 이치를 찾고 얽힌 것을 풀어 아주 작은 까지 파고듭니다.
뜻은 멀리 닿지만 말은 가까우니, 백성을 쉽게 깨우칩니다.
하늘이 내려 준 것이지, 어찌 슬기와 재주로 만든 것이겠습니까?
해 — 첫소리 풀이
정음의 첫소리는 곧 의 입니다. 말소리가 여기서 생겨나므로 ‘어미(모)’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금닛소리 ‘군(君)’ 자의 첫소리는 ㄱ입니다. ㄱ이 ‘ᅟᅮᆫ’과 합쳐져 ‘군’이 됩니다. ‘쾌(快)’ 자의 첫소리는 ㅋ입니다. ㅋ이 ‘ㅙ’와 합쳐져 ‘쾌〮’가 됩니다. ‘규(虯)’ 자의 첫소리는 ㄲ입니다. ㄲ이 ‘ㅠ’와 합쳐져 ‘뀨’가 됩니다. ‘업(業)’ 자의 첫소리는 ㆁ입니다. ㆁ이 ‘ᅟᅥᆸ’과 합쳐져 ‘ᅌᅥᆸ’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혓소리의 ‘두(斗)’, ‘탄(呑)’, ‘담(𫟛)’, ‘나(那)’도 그렇습니다. 입술소리의 ‘별(彆)’, ‘표(漂)’, ‘보(步)’, ‘미(彌)’도 그렇습니다. 잇소리의 ‘즉(卽)’, ‘침(侵)’, ‘자(慈)’, ‘술(戌)’, ‘사(邪)’도 그렇습니다. 목구멍소리의 ‘읍(挹)’, ‘허(虗)’, ‘홍(洪)’, ‘욕(欲)’도 그렇습니다. 반혓소리의 ‘려(閭)’와 반잇소리의 ‘양(穰)’도 모두 이와 같습니다. 결에 이렇게 말합니다.
‘군(君)’, ‘쾌(快)’, ‘규(虯)’, ‘업(業)’은 어금닛소리입니다.
혓소리는 ‘두(斗)’, ‘탄(呑)’, ‘담(𫟛)’, ‘나(那)’입니다.
‘별(彆)’, ‘표(漂)’, ‘보(步)’, ‘미(彌)’는 입술소리입니다.
잇소리에는 ‘즉(卽)’, ‘침(侵)’, ‘자(慈)’, ‘술(戌)’, ‘사(邪)’가 있습니다.
‘읍(挹)’, ‘허(虗)’, ‘홍(洪)’, ‘욕(欲)’은 목구멍소리입니다.
‘려(閭)’는 반혓소리, ‘양(穰)’은 반잇소리입니다.
이 스물세 글자가 어미 글자(자모)입니다.
온갖 소리가 모두 여기서 생겨납니다.
해 — 가운뎃소리 풀이
가운뎃소리는 글자 소리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첫소리와 끝소리를 합쳐 소리를 이룹니다. 예를 들어 ‘탄(呑)’ 자의 가운뎃소리는 ㆍ입니다. ㆍ가 ㅌ과 ㄴ 사이에 들어가 ‘ᄐᆞᆫ’이 됩니다. ‘즉(卽)’ 자의 가운뎃소리는 ㅡ입니다. ㅡ가 ㅈ과 ㄱ 사이에 들어가 ‘즉’이 됩니다. ‘침(侵)’ 자의 가운뎃소리는 ㅣ입니다. ㅣ가 ㅊ과 ㅁ 사이에 들어가 ‘침’이 됩니다. ‘홍(洪)’, ‘땀(𫟛)’, ‘군(君)’, ‘업(業)’, ‘욕(欲)’, ‘양(穰)’, ‘술(戌)’, ‘별(彆)’도 모두 이와 같습니다. 두 글자를 합쳐 쓰는 것도 있습니다. ㅗ와 ㅏ는 둘 다 ㆍ에서 나왔으니, 합쳐 ㅘ가 됩니다. ㅛ와 ㅑ는 둘 다 ㅣ에서 나왔으니, 합쳐 ㆇ가 됩니다. ㅜ와 ㅓ는 둘 다 ㅡ에서 나왔으니, 합쳐 ㅝ가 됩니다. ㅠ와 ㅕ는 둘 다 ㅣ에서 나왔으니, 합쳐 ㆊ가 됩니다. 같은 데서 나온 한 무리라서 합쳐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한 글자 가운뎃소리가 ㅣ와 합쳐진 것은 열 가지입니다. ㆎ, ㅢ, ㅚ, ㅐ, ㅟ, ㅔ, ㆉ, ㅒ, ㆌ, ㅖ가 그것입니다. 두 글자 가운뎃소리가 ㅣ와 합쳐진 것은 네 가지입니다. ㅙ, ㅞ, ㆈ, ㆋ가 그것입니다. ㅣ는 깊은 소리, 얕은 소리, 닫힌 소리, 열린 소리와 모두 잘 어울립니다. 혀를 펴서 소리가 얕고, 입을 벌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람이 만물을 여는 일에 함께하여 통하지 않는 데가 없음을 보여 줍니다. 결에 이렇게 말합니다.
어미 글자 소리마다 저마다 가운뎃소리가 있습니다.
가운뎃소리에서 열림과 닫힘을 찾아야 합니다.
‘홍(洪)’과 ‘땀(𫟛)’은 ‘탄(呑)’에서 나왔으니 합쳐 쓸 수 있습니다.
‘군(君)’과 ‘업(業)’은 ‘즉(則)’에서 나왔으니 또 합쳐 쓸 수 있습니다.
‘욕(欲)’과 ‘양(穰)’, ‘술(戌)’과 ‘별(彆)’도
저마다 따르는 데가 있으니 그 뜻을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침(侵)’의 소리가 가장 많이 쓰입니다.
열네 소리에 두루 따라붙습니다.
해 — 끝소리 풀이
끝소리는 첫소리와 가운뎃소리를 이어받아 글자 소리를 마무리합니다. 예를 들어 ‘즉(卽)’ 자의 끝소리는 ㄱ입니다. ㄱ이 ‘즈’ 끝에 붙어 ‘즉’이 됩니다. ‘홍(洪)’ 자의 끝소리는 ㆁ입니다. ㆁ이 ‘ᅘᅩ’ 끝에 붙어 ‘ᅘᅩᇰ’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혓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목구멍소리도 모두 같습니다. 소리에는 느리고 빠른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성·상성·거성의 끝소리는 의 짧고 빠른 소리와 다릅니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글자는 소리가 세지 않습니다. 그래서 끝소리로 쓰면 평성·상성·거성에 알맞습니다. 아주 맑은 소리, 조금 맑은 소리, 아주 흐린 소리 글자는 소리가 셉니다. 그래서 끝소리로 쓰면 입성에 알맞습니다. 그러므로 ㆁ, ㄴ, ㅁ, ㅇ, ㄹ, ㅿ 여섯 글자는 평성·상성·거성의 끝소리가 됩니다.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끝소리가 됩니다. 하지만 ㄱ, ㆁ, ㄷ, ㄴ, ㅂ, ㅁ, ㅅ, ㄹ 여덟 글자면 넉넉히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ᄇᆡᆺ곶’은 배꽃이고, ‘여ᇫ의갗’은 여우 가죽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ㅅ 자를 두루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ㅅ 자만 씁니다. 또 ㅇ은 소리가 옅고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끝소리로 꼭 쓰지 않아도 가운뎃소리만으로 소리를 이룰 수 있습니다. ㄷ은 ‘볃’이 ‘彆(별)’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ㄴ은 ‘군’이 ‘君(군)’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ㅂ은 ‘ᅌᅥᆸ’이 ‘業(업)’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ㅁ은 ‘땀’이 ‘𫟛(땀)’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ㅅ은 우리말 ‘옷’이 ‘衣(의)’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ㄹ은 우리말 ‘실’이 ‘絲(사)’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다섯 소리의 느리고 빠름도 저마다 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금닛소리의 ㆁ과 ㄱ이 짝입니다. ㆁ을 짧고 빠르게 내면 ㄱ으로 바뀌어 빨라집니다. ㄱ을 느리게 내면 ㆁ으로 바뀌어 느려집니다. 혓소리의 ㄴ과 ㄷ, 입술소리의 ㅁ과 ㅂ도 그렇습니다. 잇소리의 ㅿ과 ㅅ, 목구멍소리의 ㅇ과 ㆆ도 느리고 빠름이 짝을 이룹니다. 또 반혓소리 ㄹ은 우리말에는 써야 하지만, 한자 글에는 쓰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입성인 ‘彆(별)’ 자는 끝소리에 ㄷ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버릇처럼 ㄹ로 읽습니다. ㄷ이 바뀌어 가벼워진 것입니다. 만약 ㄹ을 ‘彆’의 끝소리로 쓰면 소리가 느슨해져서 입성이 되지 않습니다. 결에 이렇게 말합니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소리를 끝소리로 쓰면,
평성·상성·거성이 되고 입성은 되지 않습니다.
아주 맑은 소리, 조금 맑은 소리, 아주 흐린 소리는
모두 입성이 되어 짧고 빠릅니다.
첫소리가 끝소리가 되는 것은 본래 당연한 이치입니다.
여덟 글자만 써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다만 ‘욕(欲)’의 소리(ㅇ)가 와야 할 자리에서는,
가운뎃소리만으로 소리를 이루어도 통합니다.
‘즉(卽)’ 자를 쓸 때 끝소리에 ‘군(君)’의 첫소리를 쓴다고 해 봅시다.
‘홍(洪)’과 ‘별(彆)’도 ‘업(業)’과 ‘두(斗)’로 끝소리를 삼는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군(君)’, ‘업(業)’, ‘땀(𫟛)’의 끝소리는 또 어떻겠습니까?
‘나(那)’, ‘별(彆)’, ‘미(彌)’로 차례차례 미루어 보십시오.
여섯 소리는 한자 글과 우리말에 모두 통합니다.
‘술(戌)’과 ‘려(閭)’는 우리말 ‘옷(衣)’과 ‘실(絲)’에 씁니다.
다섯 소리의 느리고 빠름은 저마다 짝이 있습니다.
‘군(君)’의 소리는 바로 ‘업(業)’을 짧고 빠르게 낸 것입니다.
‘두(斗)’와 ‘별(彆)’의 소리를 느리게 내면 ‘나(那)’와 ‘미(彌)’가 됩니다.
‘양(穰)’과 ‘욕(欲)’도 ‘술(戌)’과 ‘읍(挹)’과 짝을 이룹니다.
‘려(閭)’는 우리말에는 맞지만 한자 글에는 맞지 않습니다.
‘두(斗)’가 가벼워져 ‘려(閭)’가 되는 것은 사람들의 버릇입니다.
해 — 글자를 합쳐 쓰는 법 풀이
첫소리·가운뎃소리·끝소리 세 소리가 합쳐져 한 글자가 됩니다. 첫소리는 가운뎃소리의 위나 왼쪽에 있습니다. ‘군(君)’ 자의 ㄱ은 ㅜ 위에 있습니다. ‘업(業)’ 자의 ㆁ은 ㅓ 왼쪽에 있습니다. 가운뎃소리 가운데 둥근 것과 가로로 된 것은 첫소리 아래에 씁니다. ㆍ, ㅡ, ㅗ, ㅛ, ㅜ, ㅠ가 그렇습니다. 세로로 된 것은 첫소리 오른쪽에 씁니다. ㅣ, ㅏ, ㅑ, ㅓ, ㅕ가 그렇습니다. ‘탄(呑)’ 자의 ㆍ는 ㅌ 아래에 있습니다. ‘즉(卽)’ 자의 ㅡ는 ㅈ 아래에 있습니다. ‘침(侵)’ 자의 ㅣ는 ㅊ 오른쪽에 있습니다. 끝소리는 첫소리와 가운뎃소리 아래에 있습니다. ‘군(君)’ 자의 ㄴ은 ‘구’ 아래에 있습니다. ‘업(業)’ 자의 ㅂ은 ‘ᅌᅥ’ 아래에 있습니다. 첫소리 두세 글자를 합쳐 나란히 쓰기도 합니다. 우리말 ‘ᄯᅡ〮’는 땅(地), ‘ᄧᅡᆨ’은 짝(雙), ‘ᄢᅳᆷ〮’은 틈(隙)입니다. 같은 글자를 나란히 쓰기도 합니다. ‘혀〮’는 혀(舌)이고, ‘ᅘᅧ〮’는 끌다(引)입니다. ‘괴여〮’는 내가 남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괴ᅇᅧ〮’는 남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소다〮’는 물을 뿜다(䨱物)이고, ‘쏘다〮’는 활을 쏘다(射之)입니다. 가운뎃소리 두세 글자를 합쳐 쓰기도 합니다. ‘과〮’는 줄을 받치는 기둥(琴柱)이고, ‘홰〮’는 횃불(炬)입니다. 끝소리 두세 글자를 합쳐 쓰기도 합니다. ‘ᄒᆞᆰ’은 흙(𡈽), ‘낛〮’은 낚시(釣), ‘ᄃᆞᇌᄣᅢ〮’는 닭때(酉時)입니다. 합쳐서 나란히 쓸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씁니다. 첫소리·가운뎃소리·끝소리가 모두 같습니다. 한자와 우리글을 섞어 쓸 때는, 한자 소리에 맞춰 가운뎃소리나 끝소리를 보태기도 합니다. ‘孔子ㅣ魯ㅅ사〯ᄅᆞᆷ’(공자가 노나라 사람)이 그런 보기입니다. 우리말의 평성·상성·거성·입성도 보기를 들겠습니다. ‘활’은 활(弓)인데 평성입니다. ‘돌〯’은 돌(石)인데 상성입니다. ‘갈〮’은 칼(刀)인데 거성입니다. ‘붇〮’은 붓(筆)인데 입성입니다.
모든 글자의 왼쪽에 점 하나를 찍으면 거성입니다. 점 둘은 상성이고, 점이 없으면 평성입니다. 한자의 입성은 거성과 비슷합니다. 우리말의 입성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평성과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긷’(기둥, 柱)과 ‘녑’(옆구리, 脅)이 그렇습니다. 상성과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낟〯’(곡식, 穀)과 ‘깁〯’(비단, 繒)이 그렇습니다. 거성과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몯〮’(못, 釘)과 ‘입〮’(입, 口)이 그렇습니다. 점 찍는 법은 평성·상성·거성과 같습니다. 평성은 편안하고 부드러우니 봄입니다. 만물이 느긋하고 평안합니다. 상성은 부드럽다가 올라가니 여름입니다. 만물이 점점 무성해집니다. 거성은 올라가고 씩씩하니 가을입니다. 만물이 무르익습니다. 입성은 짧고 막히니 겨울입니다. 만물이 문을 닫고 감추어집니다. 첫소리의 ㆆ과 ㅇ은 비슷해서, 우리말에서는 서로 바꿔 써도 됩니다. 반혓소리에는 가벼운 소리와 무거운 소리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운서의 자모는 하나뿐입니다. 또 우리말에서는 가볍고 무거움을 가르지 않아도 모두 소리가 됩니다. 만약 둘 다 갖추어 쓰고 싶다면, 입술가벼운소리를 만드는 법을 따릅니다. ㅇ을 ㄹ 아래에 이어 써서 를 만듭니다. 이때 혀는 윗잇몸에 살짝 닿습니다. ㆍ와 ㅡ가 ㅣ 소리에서 시작하는 것은 우리말에서 쓰이지 않습니다. 아이들 말이나 시골 말에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는 두 글자를 합쳐서 씁니다. ‘ᄀᆝ’, ‘ᄀᆜ’ 같은 것입니다. 세로획을 먼저 쓰고 가로획을 나중에 쓰는 것이 다른 글자와 다릅니다. 결에 이렇게 말합니다.
첫소리는 가운뎃소리의 왼쪽이나 위에 씁니다.
‘읍(挹)’과 ‘욕(欲)’의 첫소리는 우리말에서 똑같이 씁니다.
가운뎃소리 열한 자는 첫소리에 붙여 씁니다.
둥근 것과 가로획은 아래에, 세로획은 오른쪽에 씁니다.
끝소리는 어디에 쓸까요?
첫소리와 가운뎃소리 아래에 이어 붙여 씁니다.
첫소리와 끝소리를 합쳐 쓸 때는 저마다 나란히 씁니다.
가운뎃소리도 합쳐 쓰는 것이 있는데, 모두 왼쪽부터 씁니다.
우리말의 네 가지 소리()는 어떻게 가를까요?
평성은 활(弓)이고, 상성은 돌(石)입니다.
칼(刀)은 거성이고, 붓(筆)은 입성입니다.
이 네 가지를 보면 다른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글자 왼쪽에 찍는 점으로 네 가지 소리를 가릅니다.
점 하나는 거성, 점 둘은 상성, 점이 없으면 평성입니다.
우리말 입성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역시 점을 찍습니다.
한자의 입성은 거성과 비슷합니다.
곳곳의 사투리와 우리말은 수없이 다릅니다.
소리는 있는데 글자가 없어 적기 어려웠습니다.
하루아침에 신의 솜씨처럼 글자를 지어내니,
우리 동쪽 나라()의 오랜 어둠이 걷혔습니다.
— 글자를 쓰는 보기
첫소리 ㄱ의 보기는 ‘감〯’(감, 柿)과 ‘ᄀᆞᆯ〮’(갈대, 蘆)입니다. ㅋ은 ‘우케〮’(찧지 않은 벼, 未舂稻)와 ‘코ᇰ’(콩, 大豆)입니다. ㆁ은 ‘러ᅌᅮᆯ〮’(수달, 獺)과 ‘서ᅌᅦ〮’(, 流凘)입니다. ㄷ은 ‘뒤〮’(띠풀, 茅)와 ‘담〮’(담, 墻)입니다. ㅌ은 ‘고티〮’(고치, 繭)와 ‘두텁’(두꺼비, 蟾蜍)입니다. ㄴ은 ‘노로’(노루, 獐)와 ‘납’(원숭이, 猿)입니다. ㅂ은 ‘ᄇᆞᆯ’(팔, 臂)과 ‘벌〯’(벌, 蜂)입니다. ㅍ은 ‘파〮’(파, 葱)와 ‘ᄑᆞᆯ〮’(파리, 蠅)입니다. ㅁ은 ‘뫼〯’(산, 山)와 ‘마〮’(마, 薯藇)입니다. 은 ‘사ᄫᅵ〮’(새우, 蝦)와 ‘드ᄫᅴ〮’(박, 瓠)입니다. ㅈ은 ‘자〮’(자, 尺)와 ‘죠ᄒᆡ〮’(종이, 紙)입니다. ㅊ은 ‘체〮’(체, 籭)와 ‘채’(채찍, 鞭)입니다. ㅅ은 ‘손〮’(손, 手)과 ‘셤〯’(섬, 島)입니다. ㅎ은 ‘부〮허ᇰ’(부엉이, 鵂鶹)과 ‘힘〮’(힘줄, 筋)입니다. ㅇ은 ‘비〮육’(병아리, 鷄雛)과 ‘ᄇᆞ〮얌’(뱀, 蛇)입니다. ㄹ은 ‘무〮뤼’(우박, 雹)와 ‘어름〮’(얼음, 氷)입니다. ㅿ은 ‘아ᅀᆞ’(아우, 弟)와 ‘너〯ᅀᅵ’(, 鴇)입니다. 가운뎃소리 ㆍ는 ‘ᄐᆞᆨ〮’(턱, 頤), ‘ᄑᆞᆺ〮’(팥, 小豆), ‘ᄃᆞ리’(다리, 橋), ‘ᄀᆞ래’(가래나무, 楸)입니다. ㅡ는 ‘믈〮’(물, 水), ‘발〮측〮’(발뒤꿈치, 跟), ‘그력’(기러기, 雁), ‘드레〮’(두레박, 汲器)입니다. ㅣ는 ‘깃〮’(둥지, 巢), ‘밀〯’(밀랍, 蠟), ‘피〮’(곡식 피, 稷), ‘〮’(키, 箕)입니다. ㅗ는 ‘논〮’(논, 水田), ‘톱〮’(톱, 鉅), ‘호ᄆᆡ〮’(호미, 鉏), ‘벼로〮’(벼루, 硯)입니다.
ㅏ는 ‘밥〮’(밥, 飯), ‘낟〮’(낫, 鎌), ‘이ᅌᅡ〮’(, 綜), ‘사ᄉᆞᆷ〮’(사슴, 鹿)입니다. ㅜ는 ‘숫’(숯, 炭), ‘울〮’(울타리, 籬), ‘누에〮’(누에, 蠶), ‘구리〮’(구리, 銅)입니다. ㅓ는 ‘브ᅀᅥᆸ’(부엌, 竈), ‘널〯’(널빤지, 板), ‘서리〮’(서리, 霜), ‘버들〮’(버들, 柳)입니다. ㅛ는 ‘죠ᇰ〯’(종, 남의 집 일꾼, 奴), ‘고〮욤’(고욤, 梬), ‘쇼〮’(소, 牛), ‘삽됴’(삽주나물, 蒼朮菜)입니다. ㅑ는 ‘남샤ᇰ’(, 龜), ‘약’(자라, 𪓟鼊), ‘다야〮’(대야, 𠤷), ‘쟈감’(메밀껍질, 蕎麥皮)입니다. ㅠ는 ‘율믜’(율무, 薏苡), ‘쥭’(주걱, 飯𣖄), ‘슈룹〮’(우산, 雨繖), ‘쥬련’(수건, 帨)입니다. ㅕ는 ‘엿〮’(엿, 飴餹), ‘뎔’(절, 佛寺), ‘벼’(벼, 稻), ‘져〯비’(제비, 燕)입니다. 끝소리 ㄱ은 ‘닥’(닥나무, 楮)과 ‘’(독, 甕)입니다. ㆁ은 ‘굼〯버ᇰ’(굼벵이, 蠐螬)과 ‘올〮차ᇰ’(올챙이, 蝌蚪)입니다. ㄷ은 ‘갇〮’(갓, 笠)과 ‘싣’(단풍나무, 楓)입니다. ㄴ은 ‘신〮’(신발, 屨)과 ‘반〮되’(반딧불이, 螢)입니다. ㅂ은 ‘섭’(땔나무, 薪)과 ‘굽〮’(발굽, 蹄)입니다. ㅁ은 ‘범〯’(범, 虎)과 ‘ᄉᆡᆷ〯’(샘, 泉)입니다. ㅅ은 ‘잣〯’(잣나무, 海松)과 ‘못〮’(연못, 池)입니다. ㄹ은 ‘ᄃᆞᆯ〮’(달, 月)과 ‘별〯’(별, 星) 같은 것입니다.
정인지의 머리글 — 학자 정인지가 쓴
하늘과 땅에 저절로 나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러면 하늘과 땅에 저절로 맞는 글도 꼭 있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그 글자로 만물의 뜻을 통하게 하고, 하늘·땅·사람의 이치를 담았습니다. 뒷날 사람들은 그것을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곳곳의 땅과 기후가 다릅니다. 그래서 말소리와 숨결도 따라서 다릅니다. 대체로 다른 나라 말은 소리는 있어도 글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 글자를 빌려 씁니다. 이것은 네모난 자루를 둥근 구멍에 끼우는 것처럼 서로 맞지 않습니다. 어찌 막힘없이 통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저마다 사는 곳에 맞게 편히 써야 합니다. 억지로 똑같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 동쪽 나라의 예절·음악·글은 중국과 견줄 만합니다. 다만 우리 사투리와 우리말은 중국과 다릅니다. 그래서 글을 배우는 사람은 뜻을 알기 어려워 걱정합니다. 재판을 맡은 사람은 사정을 알아듣기 어려워 괴로워합니다. 옛날 신라의 이 처음으로 를 만들었습니다. 관청과 백성들이 지금까지 이두를 씁니다. 하지만 모두 한자를 빌려 쓴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것은 껄끄럽고 어떤 것은 막힙니다. 보잘것없고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말을 적을 때는 만분의 일도 나타내지 못합니다. 계해년(1443년) 겨울, 우리 임금님께서 정음 스물여덟 자를 처음 만드셨습니다. 간단히 보기와 뜻을 들어 보이시고,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하셨습니다. 모양을 본떴으니 글자는 옛 를 닮았습니다. 소리를 따랐으니 음은 일곱 가락(칠조)에 맞습니다. 하늘·땅·사람(삼극)의 뜻과 음양(이기)의 묘함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스물여덟 자로 끝없이 바꾸어 쓸 수 있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요긴하고, 자세하면서도 잘 통합니다. 그래서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다 가기 전에 깨칩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글자로 한문을 풀면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자로 재판을 들으면 그 사정을 알 수 있습니다. 글자 소리는 맑고 흐림을 가를 수 있습니다. 노래는 음률()에 잘 맞출 수 있습니다. 어디에 써도 갖추지 못한 것이 없습니다. 어디에 가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바람 소리, 학 울음, 닭 울음,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적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임금님께서 자세한 풀이를 붙여 여러 사람을 깨우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래서 신하인 저(정인지)와 다음 신하들이 함께 삼가 여러 풀이와 보기를 만들어 대강을 적었습니다. 응교 최항, 부교리 박팽년과 신숙주, 수찬 성삼문입니다. 돈녕부 주부 강희안, 집현전 부수찬 이개와 이선로입니다. 읽는 사람이 스승 없이도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 깊은 뿌리와 자세한 뜻의 묘함은 저희 신하들이 다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삼가 생각해 보면, 우리 임금님은 하늘이 내신 성인이십니다. 만드신 제도와 하신 일이 모든 임금보다 뛰어나십니다. 정음은 앞 사람에게서 물려받은 것 없이 저절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지극한 이치가 어디에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이 제 마음대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동쪽 땅에 나라가 선 지 오래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만물을 열고 일을 이루는 큰 슬기는 아마 오늘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1446년) 9월 . 자헌대부 예조판서 집현전 대제학 지춘추관사 세자우빈객인 신하 정인지가 두 손 모아 머리 숙여 삼가 씁니다.
훈민정음 — 세종 임금이 지은 글을 옛 우리말로 풀어 쓴 책 「세종훈민정음」
‘세종어제훈민정음’을 풀어 봅니다. ‘제(製)’는 글을 짓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어제(御製)’는 임금님이 지으신 글입니다. ‘훈(訓)’은 가르친다는 뜻이고, ‘민(民)’은 백성입니다. ‘음(音)’은 소리입니다. 그러니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시는 바른 소리입니다.
‘나라의 말소리가’를 풀어 봅니다. ‘국(國)’은 나라입니다. ‘지(之)’는 한문 사이에 넣는 입니다. ‘어(語)’는 말입니다.
우리 나라의 말이 — 옛말로 ‘나랏말ᄊᆞ미’
‘중국과 달라서’를 풀어 봅니다. ‘이(異)’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호(乎)’는 ‘무엇에’ 하는 자리에 쓰는 글자입니다. ‘중국(中國)’은 황제가 계신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는 말로는 이라고 합니다.
중국 말과 다르므로
‘한자와 서로 잘 통하지 않으므로’를 풀어 봅니다. ‘與(영)’는 ‘이것과 저것’ 할 때의 ‘과’에 쓰는 글자입니다. ‘文(문)’은 글입니다. ‘不(부ᇙ)’은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相(샤ᇰ)’은 ‘서로’라는 뜻입니다. ‘流通(류ᇢ토ᇰ)’은 흘러서 서로 통한다는 뜻입니다.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아서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를 풀어 봅니다. ‘故(공)’는 ‘그러므로’라는 뜻입니다. ‘愚(ᅌᅮᆼ)’는 ‘어리석다’는 뜻입니다. ‘有(ᅌᅮᇢ)’는 ‘있다’는 뜻입니다. ‘所(송)’는 ‘바’, 곧 ‘것’이라는 뜻입니다. ‘欲(욕)’은 ‘하고자 하다’는 뜻입니다. ‘言(ᅌᅥᆫ)’은 ‘말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까닭에 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를 풀어 봅니다. ‘而(ᅀᅵᆼ)’는 앞뒤를 잇는 토입니다. ‘終(쥬ᇰ)’은 ‘마침내’라는 뜻입니다. ‘得(득)’은 ‘이루다’는 뜻입니다. ‘伸(신)’은 ‘펴다’는 뜻입니다. ‘其(끵)’는 ‘자기’라는 뜻입니다. ‘情(쪄ᇰ)’은 ‘뜻’입니다. ‘者(쟝)’는 ‘사람’입니다. ‘多(당)’는 ‘많다’는 뜻입니다. ‘矣(ᅌᅴᆼ)’는 말을 끝맺는 토입니다.
끝내 제 뜻을 마음껏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이것을 딱하게 여겨’를 풀어 봅니다. ‘予(영)’는 임금이 자기를 ‘나’라고 이르는 말입니다. ‘此(ᄎᆞᆼ)’는 ‘이것’입니다. ‘憫然(민ᅀᅧᆫ)’은 ‘가엾게 여기다’는 뜻입니다.
내가 이것을 위하여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듭니다. ‘新(신)’은 ‘새롭다’는 뜻입니다. ‘制(제)’는 ‘만드시다’는 뜻입니다. ‘二十八(이십팔)’은 ‘스물여덟’입니다.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편히 쓰게 하려 할 따름입니다. ‘使(사)’는 ‘~하게 하다’입니다. ‘人(인)’은 사람입니다. ‘易(이)’는 ‘쉽다’입니다. ‘習(습)’은 ‘익히다’입니다. ‘便(편)’은 ‘편안하다’는 뜻입니다. ‘於(어)’는 ‘~에’ 자리에 쓰는 글자입니다. ‘日(일)’은 날입니다. ‘用(용)’은 ‘쓰다’는 뜻입니다. ‘耳(이)’는 ‘~할 따름이다’라는 뜻입니다.
사람마다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처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아(牙)’는 어금니입니다. ‘여(如)’는 ‘같다’는 뜻입니다. ‘초발성(初發聲)’은 처음 펴서 나는 소리입니다. ‘병서(並書)’는 나란히 쓴다는 뜻입니다.
ㄱ은 어금닛소리입니다. ‘군(君)’ 자를 처음 펴서 낼 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규(虯)’ 자를 처음 펴서 낼 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ㅋ은 어금닛소리(아음)입니다. ‘쾌(快)’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ㅋ은 어금닛소리입니다. ‘쾌(快)’ 자를 처음 펴서 낼 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ㆁ은 어금닛소리(아음)입니다. ‘업(業)’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ㆁ은 어금닛소리입니다. ‘업(業)’ 자를 처음 펴서 낼 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ㄷ은 혓소리(설음)입니다. ‘두(斗)’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담(覃)’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설(舌)’은 혀입니다.
ㄷ은 혓소리입니다. ‘두(斗)’ 자를 처음 펴서 낼 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담(覃)’ 자를 처음 펴서 낼 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ㅌ은 혓소리(설음)입니다. ‘탄(呑)’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ㅌ은 혓소리입니다. ‘탄(呑)’ 자를 처음 펴서 낼 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ㄴ은 혓소리(설음)입니다. ‘나(那)’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ㄴ은 혓소리입니다. ‘나(那)’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ㅂ은 입술소리(순음)입니다. ‘별(彆)’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보(歩)’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순(脣)’은 입술입니다.
ㅂ은 입술소리입니다. ‘별(彆)’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보(歩)’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ㅍ은 입술소리(순음)입니다. ‘표(漂)’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ㅍ은 입술소리입니다. ‘표(漂)’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ㅁ은 입술소리(순음)입니다. ‘미(彌)’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ㅁ은 입술소리입니다. ‘미(彌)’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ㅈ은 잇소리(치음)입니다. ‘즉(卽)’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자(慈)’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치(齒)’는 이입니다.
ㅈ은 잇소리입니다. ‘즉(卽)’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자(慈)’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ㅊ은 잇소리(치음)입니다. ‘침(侵)’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ㅊ은 잇소리입니다. ‘침(侵)’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ㅅ은 잇소리(치음)입니다. ‘술(戌)’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사(邪)’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ㅅ은 잇소리입니다. ‘술(戌)’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사(邪)’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ㆆ은 목구멍소리(후음)입니다. ‘읍(挹)’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후(喉)’는 목입니다.
ㆆ은 입니다. ‘읍(挹)’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ㅎ은 목구멍소리(후음)입니다. ‘허(虛)’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홍(洪)’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ㅎ은 입니다. ‘허(虛)’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나란히 쓰면 ‘홍()’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ㅇ은 목구멍소리(후음)입니다. ‘욕(欲)’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ㅇ은 입니다. ‘욕(欲)’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ㄹ은 (반설음)입니다. ‘려(閭)’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ㄹ은 반혓소리입니다. ‘려(閭)’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은 (반치음)입니다. ‘양()’ 자의 첫소리와 같습니다.
ㅿ은 반잇소리입니다. ‘양(穰)’ 자를 처음 소리 낼 때와 같습니다.
ㆍ는 ‘탄(呑)’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중(中)’은 가운데라는 뜻입니다.
ㆍ는 ‘탄(呑)’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ㅡ는 ‘즉(卽)’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ㅡ는 ‘즉(卽)’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ㅣ는 ‘침(侵)’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ㅣ는 ‘침(侵)’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ㅗ는 ‘홍(洪)’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ㅗ는 ‘홍(洪)’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ㅏ는 ‘담(覃)’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ㅏ는 ‘담(覃)’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ㅜ는 ‘군(君)’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ㅜ는 ‘군(君)’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ㅓ는 ‘업(業)’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ㅓ는 ‘업(業)’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ㅛ는 ‘욕(欲)’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ㅛ는 ‘욕(欲)’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ㅑ는 ‘양(穰)’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ㅑ는 ‘양(穰)’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ㅠ는 ‘술(戌)’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ㅠ는 ‘술(戌)’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ㅕ는 ‘별(彆)’ 자에서 가운데 나는 소리(중성)와 같습니다.
ㅕ는 ‘별(彆)’ 자를 소리 낼 때 가운데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끝소리(종성)에는 첫소리(초성) 글자를 다시 씁니다. ‘復(복)’은 ‘다시 한다’는 뜻입니다.
끝소리에는 첫소리 글자를 다시 씁니다.
ㅇ을 입술소리(순음) 아래에 이어 쓰면 입술가벼운소리()가 됩니다. ‘連(련)’은 ‘잇다’는 뜻입니다. ‘下(하)’는 ‘아래’입니다. ‘則(즉)’은 ‘어찌어찌하면’ 할 때 쓰는 글자입니다. ‘爲(위)’는 ‘되다’는 뜻입니다. ‘輕(경)’은 ‘가볍다’는 뜻입니다.
ㅇ을 입술소리 아래에 이어 쓰면 가 됩니다.
첫소리를 합쳐 쓸 때는 나란히 쓰십시오. 끝소리도 같습니다. ‘合(합)’은 ‘합치다’는 뜻입니다. ‘同(동)’은 ‘같다’는 뜻입니다.
첫소리를 합쳐 쓸 때는 나란히 쓰십시오. 끝소리도 이와 같습니다.
가운뎃소리 ㆍ, ㅡ, ㅗ, ㅜ, ㅛ, ㅠ는 첫소리 밑에 붙여서 쓰십시오. 한자 ‘附(부)’는 붙인다는 뜻입니다.
ㆍ와 ㅗ와 ㅜ와 ㅛ와 ㅠ는 첫소리 밑에 붙여서 쓰고,
가운뎃소리 ㅣ, ㅏ, ㅓ, ㅑ, ㅕ는 첫소리의 오른쪽 옆에 붙여서 쓰십시오.
‘右(우)’ 자는 ‘오른쪽’을 뜻합니다.
ㅣ와 ㅏ와 ㅓ와 ㅑ와 ㅕ는 첫소리의 오른쪽에 붙여서 쓰십시오.
모든 글자는 꼭 합쳐져야 소리가 됩니다. ‘凡(범)’은 ‘무릇’, 곧 ‘모든’이라는 뜻입니다. ‘必(필)’은 ‘반드시’라는 뜻입니다. ‘成(성)’은 ‘이루다’는 뜻입니다.
모든 글자는 반드시 어우러져야 소리가 됩니다. 왼쪽에 점 하나를 찍으면 입니다. ‘左(좌)’는 ‘왼쪽’입니다. ‘加(가)’는 ‘더하다’는 뜻입니다. ‘一(일)’은 ‘하나’입니다. ‘去聲(거성)’은 가장 높은 소리입니다.
글자 왼쪽에 점을 하나 찍으면 가장 높은 소리, 곧 거성이 되고,
점이 둘이면 입니다. ‘二(이)’는 ‘둘’입니다. ‘上聲(상성)’은 처음은 낮다가 끝이 높아지는 소리입니다.
점을 두 개 찍으면 상성이 되고,
점이 없으면 입니다. ‘無(무)’는 ‘없다’는 뜻입니다. ‘平聲(평성)’은 가장 낮은 소리입니다.
점을 하나도 찍지 않으면 평성이 되고,
은 점 찍는 법은 같지만 소리가 짧고 빠릅니다. ‘入聲(입성)’은 빨리 끝맺는 소리입니다. ‘促急(촉급)’은 ‘빠르다’는 뜻입니다.
입성은 점 찍는 법은 같지만 소리가 빠릅니다.
중국 말소리의 잇소리에는 치두와 정치의 구별이 있습니다. ‘漢音(한음)’은 중국 소리입니다. ‘頭(두)’는 머리입니다. ‘別(별)’은 가른다는 뜻입니다.
중국 말소리에서 잇소리는 치두와 정치를 가릅니다.
ㅈ, ㅊ, ㅉ, ㅅ, ㅆ 글자는 치두에 씁니다. 이 소리는 우리나라 소리보다 엷습니다. 혀끝이 윗니 끝에 닿습니다.
ㅈ, ㅊ, ㅉ, ㅅ, ㅆ 글자는 치두 소리를 적는 데 씁니다.
ㅈ, ㅊ, ㅉ, ㅅ, ㅆ 글자는 정치에 씁니다. 이 소리는 우리나라 소리보다 두텁습니다. 혀끝이 아랫잇몸에 닿습니다.
ㅈ, ㅊ, ㅉ, ㅅ, ㅆ 글자는 정치 소리를 적는 데 씁니다.
어금닛소리·혓소리·입술소리·목구멍소리 글자는 중국 말소리에도 함께 씁니다.
어금닛소리와 혓소리와 입술소리와 목구멍소리의 글자는 중국 말소리를 적을 때에도 두루 씁니다.
『훈민정음』
초등판은 휴담 국역을 바탕으로 초등학생이 혼자 읽을 수 있게 다시 쓴 글이며, 쓴 사람과 다른 검토자가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 원전 그대로의 글은 「원래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