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판 · 쉽게 풀어 쓴 글
동양평화론
안중근 (安重根) · 휴담 국역을 초등학생 눈높이로 다시 썼습니다 · 도서관에서 원문 보기 ↗
이 글을 읽기 전에
안중근은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쏘고 붙잡혀 뤼쑨 감옥에 갇혔습니다. 1910년 사형을 앞두고, 한국·청나라·일본이 왜 힘을 합쳐야 하는지 밝히려고 감옥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사형이 먼저 집행되어 글은 서문과 「전감」까지만 남았습니다.
1910년 안중근이 감옥에서 쓴 글이라, 사람을 피부색으로 나누는 그때의 생각이 여러 번 나옵니다.
〔서문 — 글의 첫머리〕 힘을 합치면 이루고, 흩어지면 망한다. 이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은 뚜렷한 이다. 지금 세계는 동양과 서양으로 나뉘어 있다. 인종도 저마다 달라 서로 다툰다. 사람들은 기계를 연구한다. 그런데 농사나 장사에 쓰는 편리한 기계는 뒷전이다. 새로 만든 기관총, , 에만 매달린다. 모두 사람을 다치게 하고 물건을 부수는 기계이다.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젊은이들을 훈련시켜 싸움터로 몰아넣는다. 귀한 목숨을 수없이 처럼 버린다. 피가 냇물처럼 흐르고, 죽은 몸이 땅에 널린다. 이런 일이 날마다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한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똑같다. 그런데 밝은 세상에 이게 무슨 모습이란 말인가. 이 일을 말하고 생각하다 보면, 뼈가 시리고 마음이 서늘해진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뿌리를 따져 보자. 옛날부터 동양의 민족들은 글과 에만 힘썼다. 그리고 제 나라만 조심스럽게 지켰다. 유럽 땅은 한 뼘도 쳐들어가 빼앗은 적이 없다. 이것은 다섯 대륙의 사람과 짐승, 풀과 나무까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유럽의 여러 나라는 요 몇백 년 동안 달랐다. 을 까맣게 잊고, 날마다 만 휘둘렀다. 서로 이기려는 마음을 키우며 조금도 거리끼지 않았다. 그 가운데 러시아가 가장 심하다. 러시아의 폭력과 잔인한 짓은 서유럽에도, 동아시아에도 다 미쳤다. 나쁜 짓이 가득 차고 죄가 넘쳤다. 그래서 신과 사람이 모두 화를 내게 되었다.
그래서 하늘이 이 일을 한번 매듭지으려 하였다. 동해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 일본을 시켰다. 그 힘센 러시아를 땅에서 한 주먹에 쓰러뜨리게 한 것이다.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미리 알았겠는가. 이것은 하늘의 뜻을 따르고, 땅의 도움을 얻은 것이다. 또 사람들의 마음에 응한 이치이다.
그때 만약 한국과 사람들이 위아래 없이 한마음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지난날의 원수를 갚으려고 일본을 밀어내고 러시아를 도왔다면 말이다. 그랬다면 일본은 크게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어찌 미리 짐작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두 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군대를 반갑게 맞았다. 일본군을 위해 짐을 나르고, 길을 닦고, 적의 사정을 몰래 살펴 주었다. 이런 수고를 아끼지 않고 힘을 다했다.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여기에는 큰 까닭이 두 가지 있었다.
옛 시대의 생각이에요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할 때였다. 일본 은 전쟁을 알리는 글에 이렇게 썼다. '동양 평화를 지키고, 의 독립을 튼튼히 한다.' 이 큰 뜻은 맑은 하늘의 해보다 더 밝았다. 그래서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따랐다. 똑똑한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이든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첫째 까닭이다. 또 일본과 러시아의 싸움은 황인종과 백인종의 다툼이라 할 만했다. 그러자 지난날 품었던 원한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오히려 같은 인종을 아끼는 하나의 큰 무리가 되었다. 이것도 사람 마음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것이 둘째 까닭이다.
! 장하다! 몇백 년 동안 나쁜 짓을 해 온 백인종의 맨 앞 무리를 북소리 한 번에 크게 무찔렀다. 아주 오랜 세월에 드문 일이요, 온 세계가 기념할 일이다. 그때 한국과 청나라의 뜻있는 사람들은 약속하지 않고도 함께 크게 기뻐했다. 일본이 세운 계획과 일을 해 나간 솜씨를 높이 보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이 열린 뒤로 동양과 서양에서 가장 뛰어나고 시원한 큰일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슬프다! 일본은 뜻밖에 이기고 돌아온 뒤로 달라졌다.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깝고 친한 나라이다. 어질고 힘이 약한, 같은 인종의 나라이다. 일본은 그런 한국을 억눌러 을 맺었다. 그리고 만주 남쪽 땅을 빌린다는 핑계로 한국을 차지해 버렸다. 그러자 세계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갑자기 의심이 생겼다. 일본의 높은 이름과 떳떳한 공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었다. 일본은 마구 나쁜 짓을 하던 러시아보다 더 못된 나라로 보이게 되었다.
슬프다! 용과 호랑이처럼 힘센 나라가 어찌 뱀이나 고양이처럼 군단 말인가? 그렇게 좋은 기회를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겠는가. 안타깝고 몹시 원통한 일이다.
동양 평화와 한국 독립 문제는 이미 온 세계 사람들의 눈과 귀에 드러났다. 그들은 이것을 쇠와 돌처럼 굳게 믿게 되었다. 하물며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더 깊이 새겨져 있다! 이런 생각은 하늘의 신이라도 없애기 어렵다. 그런데 한두 사람의 꾀로 어찌 지워 버릴 수 있겠는가.
지금 서양의 힘이 동양으로 밀려오고 있다. 이 어려움을 이기려면 동양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힘껏 막아 내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이것은 어린아이라도 잘 아는 일이다. 그런데 일본은 왜 이 큰 흐름을 돌아보지 않는가. 왜 같은 인종인 이웃 나라를 치고, 사이좋던 정을 끊는가. 이것은 가 서로 물고 다투는 꼴이다. 마치 어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이 때문에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의 바람은 크게 깨지고 말았다.
만약 일본이 계획을 고치지 않고 날마다 더 심하게 괴롭힌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이런 소리가 솟구칠 것이다. '차라리 다른 인종에게 망할지언정, 같은 인종에게 욕을 당할 수는 없다.' 그러면 두 나라는 위아래가 하나가 되어 스스로 백인의 가 될 것이다.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동양의 수억 황인종 가운데 뜻있는 사람과 의로운 사나이가 많을 것이다. 그들이 어찌 팔짱만 끼고 구경하겠는가. 동양 전체가 새까맣게 타 죽는 끔찍한 모습을 가만히 기다리겠는가.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옳겠는가. 그래서 나는 동양 평화를 위한 의로운 싸움을 에서 시작하였다. 할 자리는 으로 정하였다. 이어서 동양 평화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을 내놓는다. 여러분이 눈을 크게 뜨고 깊이 살펴 주기 바란다.
— 1910년 음력 2월, 대한국 사람 안중근이 감옥 안에서 이 글을 쓰다
〔 — 앞사람의 일을 거울로 삼아 스스로 조심한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동서남북 어느 대륙이든 마찬가지이다. 가장 헤아리기 어려운 것은 세상의 큰 흐름이다.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은 바뀌어 가는 사람 마음이다.
옛 시대의 생각이에요
1894년 갑오년의 을 보자. 그때 조선에서 좀도둑 무리인 이 소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청나라와 일본이 함께 군대를 이끌고 건너왔다. 그리고 까닭 없이 전쟁을 벌여 서로 부딪쳤다.
일본은 청나라와 싸워 이기고 또 이겼다. 그래서 랴오뚱 땅의 반을 차지했다. 군사에 중요한 곳인 뤼쑨을 무너뜨리고, 청나라 황해 를 부쉈다. 그 뒤 에서 담판을 벌여 조약을 맺었다. 일본은 타이완 땅을 넘겨받고, 2억 원을 받기로 했다. 이것은 일본이 을 한 뒤로 크게 기념할 일이다.
청나라는 물건이 넉넉하고 땅이 넓다. 일본보다 몇십 배는 크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지고 말았을까?
청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자기 나라를 '세상 한가운데의 큰 나라'라고 불렀다. 다른 나라는 ''라고 낮춰 불렀다. 그만큼 아주 했다. 게다가 힘센 신하와 임금의 친척들이 나라의 을 제멋대로 휘둘렀다. 신하와 백성은 서로 원수처럼 지냈고, 위아래 사이가 나빴다. 그래서 이렇게 창피를 당한 것이다.
한편 일본은 뒤로 일본 사람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다툼이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겨루는 일이 생기자 달라졌다. 집안싸움이 하루아침에 멈추고, 서로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한 덩어리 무리가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크게 이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무리 친한 남이라도, 서로 다투는 형제보다는 못하다'는 말이다.
이때 러시아가 한 일을 기억해야 한다. 러시아는 곧바로 동양 함대를 꾸렸다. 그리고 프랑스, 독일과 손잡고 바다에서 일본에 크게 따졌다. 그러자 랴오똥 는 청나라에 되돌아갔고, 배상금도 줄었다. 겉으로 보면 세상이 함께 지키는 법이요, 정의라고 할 만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호랑이와 이리의 못된 마음보다 더 사나웠다.
몇 해 지나지 않아 러시아는 재빠르고 꾀 많은 방법으로 뤼쑨을 빌렸다. 그 뒤 을 넓히고 철도를 놓았다. 왜 그랬는지 뿌리를 생각해 보자. 러시아는 몇십 년 전부터 바라던 것이 있었다. 남쪽의 다롄, 뤼쑨, 뉴쥬앙 같은 곳에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 하나를 갖는 것이었다. 억지를 써서라도 갖고 싶은 욕심이 불길 같고 밀물 같았다. 그런데 청나라는 영국과 프랑스에게 톈진을 침략당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의 여러 에 새 군대와 말을 많이 갖추었다. 그래서 러시아는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그저 계속 침만 흘리며 오랫동안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이때에 와서 셈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런 일을 당했으니, 일본 사람 가운데 생각 깊고 뜻있는 사람은 누구나 창자가 찢어지듯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까닭을 따져 보면 이것은 모두 일본의 잘못이었다. '구멍이 있으면 바람이 들어온다'는 말과 같다. '내가 치니까 남도 나를 친다'는 꼴이다. 일본이 먼저 청나라를 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러시아가 어찌 감히 이렇게 했겠는가. 그야말로 제 도끼에 제 발등을 찍은 꼴이다.
이 일로 중국 온 사회의 이 들끓었다. 그래서 이 저절로 생겨났다. 도 들고일어났다. 일본과 서양을 몰아내자는 난리가 거세졌다.
그래서 여덟 나라의 이 보하이 바다에 몰려왔다. 톈진이 무너지고 에도 적이 쳐들어왔다. 청나라 황제는 시안으로 피난을 떠났다. 군인과 백성 가운데 해를 입은 사람이 수백만 명이었다. 잃어버린 금은과 재물은 그 양을 셀 수조차 없었다.
이런 끔찍한 재앙은 세계 역사에서도 드물다. 동양의 큰 부끄러움이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 황인종과 백인종이 갈라져 끝없이 다툴 것을 미리 보여 준 이다. 어찌 조심하고 한탄하지 않겠는가.
이때 러시아 군대 11만 명이 철도를 지킨다는 핑계로 만주 경계에 머물렀다. 그리고 끝내 물러가지 않았다. 러시아에 있던 일본 쿠리노가 그 잘못을 따졌다. 혀가 닳고 입술이 부르트도록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사를 더 보냈다.
슬프다!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큰 재앙은 끝내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까닭을 따지면 결국 누구의 탓이 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동양에서 하나의 큰 가 되었다.
그때 러시아와 일본은 저마다 만주로 군대를 보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철도로 80만 군대와 장비를 실어 나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바다를 건너고 남의 나라를 지나야 했다. 4, 5과 장비, 을 땅과 바다 두 길로 일대까지 날랐다. 미리 계산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위험하지 않았겠는가? 결코 빈틈없는 계획이 아니었다. 참으로 무모한 전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본 육군이 지나온 길을 보자. 한국의 여러 항구와 , 전주만 같은 곳을 거쳐 4, 5천 를 왔다. 바다와 땅에서 겪은 고생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때 일본군은 다행히 싸울 때마다 이겼다. 하지만 아직 함경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뤼쑨도 무너뜨리지 못했다. 펑티엔에서도 아직 이기지 못한 때였다.
만약 그때 한국의 관리와 백성이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면 어땠을까. 을미년(1895년)에 일본 사람들이 한국의 민씨를 죄 없이 죽였다. 그 원수를 지금 갚아야 한다며 사방에 을 돌리고 일어났다면 말이다. 함경도와 평안도 사이에 있던 러시아 군대도 갑자기 쳐 나왔다고 하자. 그래서 앞뒤 좌우로 부딪쳤다고 하자. 청나라도 위아래가 힘을 모아 지난날 의화단 때처럼 일어났다고 하자. 갑오년 청일전쟁의 묵은 원수를 갚겠다며 북쪽 청나라 백성이 들고일어났다고 하자. 적의 빈틈을 살펴 지키는 힘이 약한 곳을 쳤다고 하자. 가이핑, 랴오양 쪽으로 몰래 쳐들어가, 나아가서는 싸우고 물러나서는 지켰다고 하자. 그랬다면 일본군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뒤에서도 적을 맞고 사방으로 둘러싸이는 슬픈 일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이 정말 그렇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뤼쑨과 펑티엔 같은 곳의 러시아 군사들은 기운이 크게 솟았을 것이다. 힘이 두 배가 되어, 앞뒤로 막아서고 이리저리 마구 부딪쳤을 것이다.
그러면 일본군은 앞과 뒤가 서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무거운 무기와 군량을 계속 대 줄 길이 막막했을 것이다. 그러면 와 대장의 작전은 틀림없이 헛일이 되었을 것이다. 또 청나라 정부와 임금도 품었던 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묵은 원한을 갚으려 했을 것이고, 때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이니 ''이니 하는 말들이 있다. 모두 요즘 들이 남을 속이려고 쓰는 비뚤어진 꾀이다. 따져 볼 값어치도 없다. '싸움에서는 적을 속여도 된다.' '적이 생각지 못한 빈틈을 찌른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셈이 남다르다.' 이런 말을 내세우며 관리와 백성이 한 몸이 되었다고 해 보자. 없는 군대를 일으켜 일본을 몹시 사납고 모질게 몰아냈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동양 전체를 휩쓸 백 년의 큰 난리를 어찌한단 말인가.
정말 그렇게 되었다면, 유럽과 미국의 힘센 나라들은 아주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저마다 앞다투어 군대를 보내 서로 부딪쳤을 것이다.
그때 영국은 인도와 홍콩 등에 있는 육군과 해군을 한꺼번에 내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쪽에 모아 놓았을 것이다. 틀림없이 거칠게 청나라 정부와 따지며 다그쳤을 것이다. 프랑스도 과 섬에 있는 육군과 군함을 한 번에 움직였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곳으로 모여들게 했을 것이다. 미국,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같은 나라에도 동양에 둔 함대가 있다. 이들은 보하이 바다에서 힘을 모아 함께 맺을 조약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익을 같이 나누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면 일본은 어쩔 수 없이 온 나라의 와 나라 살림 돈을 모두 끌어모았을 것이다. 그것으로 군대를 꾸려 만주와 한국으로 곧장 보냈을 것이다.
한편 청나라는 사방에 격문을 돌렸을 것이다. 만주, 산뚱, 허난, 찡낭 등의 군대와 을 서둘러 불러 모았을 것이다. 용과 호랑이가 싸우듯 큰 싸움이 일어나 세상이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정말 이렇게 되었다면 동양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말하지 않아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 한국과 청나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맺은 약속을 지키며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은 만주 땅에서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이것을 보면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깨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동양 평화를 바라는 마음도 넉넉히 알 수 있다. 동양의 뜻있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한 것은 뒷날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 그런데 러일전쟁이 끝날 무렵, 을 맺을 즈음이었다. 한국과 청나라의 뜻있는 사람들이 품었던 많은 바람은 크게 부서지고 말았다.
그때 러시아와 일본의 싸움을 살펴보자. 전쟁이 시작된 뒤로 크고 작은 싸움이 수백 번 있었다. 러시아 군대는 싸울 때마다 졌다. 그래서 마음이 꺾이고 겁을 먹었다. 멀리서 모습만 보고도 달아났다.
한편 일본 군대는 이기고 또 이기며 나아갔다. 동쪽으로는 가까이까지 갔다. 북쪽으로는 하얼빈 코앞까지 다가갔다. 싸움이 여기까지 왔으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었다. 이왕 시작한 일이었다. 나라의 힘을 다 쏟아 한두 달 죽을힘을 다해 밀고 나갔다고 하자. 그러면 동쪽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빼앗고, 북쪽으로 하얼빈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이것은 불을 보듯 뚜렷한 일이었다.
그랬다면 러시아가 백 년 앞을 내다보고 세운 큰 계획은 하루아침에 무너졌을 것이다.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지듯 산산이 흩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몰래, 구차하게 먼저 전쟁을 끝내자고 청했다. 의 뿌리를 뽑아 버릴 길을 찾지 않았다.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게다가 러시아와 일본이 평화를 의논할 곳을 보자. 세상에, 어떻게 을 담판할 곳으로 정했단 말인가. 그때 미국이 이어서 어느 편도 들지 않았다고 하자. 그래도 짐승들끼리 싸울 때도 주인과 손님이 있고 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인종끼리의 다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은 이긴 나라이고 러시아는 진 나라이다. 그런데 일본은 왜 제 뜻대로 장소를 정하지 못했는가. 동양에는 알맞은 곳이 없어서 그랬단 말인가.
고무라 쥬타로 은 구차하게 수만 리 밖 워싱턴까지 갔다. 그리고 포츠머스 강화조약을 맺었다. 이때 섬의 절반을 벌로 받는 에 넣었다. 이것은 그럴 수도 있으니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을 그 조약 안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 남보다 앞서는 권리를 갖겠다고 했다. 이것은 근거도 없고 옳지도 않은 일이었다.
지난날 때는 사정이 달랐다. 그때 한국은 본래 청나라의 이었다. 그래서 그 조약에 한국 일이 끼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처음부터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그 조약에 이런 조항이 들어가야 했단 말인가.
일본이 한국에 이미 큰 욕심을 품고 있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왜 제 힘으로 마음대로 하지 못했는가. 왜 유럽 백인종과 맺는 조약에 끼워 넣어 두고두고 문제가 되게 만들었는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이 이미 를 맡은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니 한국이 마치 유럽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는 꼴이 되었다. 중재한 사람도 틀림없이 크게 놀라 조금은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같은 인종을 아끼는 로 보면, 만에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또 미국 대통령은 노련하고 교활한 솜씨로 고무라 외상을 마음대로 놀렸다. 그래서 바다 위 섬의 작은 땅 조각, 부서진 배, 철도 같은 남은 물건만 배상으로 늘어놓았다. 그리고 큰 배상금은 모두 없애 버렸다.
만약 그때 일본이 지고 러시아가 이겼다고 해 보자. 그리고 담판 자리가 워싱턴이었다고 해 보자. 그랬다면 일본에게 물어내라는 배상이 어찌 이렇게 적었겠는가. 이것만 보아도 세상일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날 러시아는 동쪽으로 쳐들어가고 서쪽으로 싸우러 다녔다. 그 짓이 몹시 괘씸했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의 힘센 나라들은 저마다 엄정중립을 지키며 러시아를 돕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러시아가 황인종에게 지고, 일이 다 난 뒤였다. 그러니 어찌 같은 인종으로서 정을 베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사람의 마음과 세상 흐름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슬프다. 자연의 흐름을 돌아보지 않고 같은 인종인 이웃 나라를 해치는 자가 있다. 그런 자는 끝내 ''가 되는 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초등판은 휴담 국역을 바탕으로 초등학생이 혼자 읽을 수 있게 다시 쓴 글이며, 쓴 사람과 다른 검토자가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 원전 그대로의 글은 「원래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