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판 · 쉽게 풀어 쓴 글

소크라테스의 변론

소크라테스 (변론) · 플라톤 (기록) · 휴담 국역을 초등학생 눈높이로 다시 썼습니다 · 도서관에서 원문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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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흔 살의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시민 재판관 500명 앞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젊은이들을 망치고 나라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는다는 죄로 고발되었습니다. 제자 플라톤이 스승이 스스로를 변호한 이 말을 글로 남겼습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를 한 사람들의 말이 여러분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말입니다. 다만 그 말이 어찌나 그럴듯하던지, 저조차 제가 누구인지 잊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참말을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들이 늘어놓은 많은 거짓말 가운데 하나가 저를 몹시 놀라게 했습니다. 제 말솜씨에 속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입을 열기만 하면 그 말이 거짓인 게 드러날 겁니다. 제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곧 밝혀질 테니까요. 그런데도 그렇게 말했으니, 참 고 느꼈습니다. 물론 그들이 말한 ‘말솜씨의 힘’이 ‘참말의 힘’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런 뜻이라면 저도 말을 잘한다고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들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말씀드렸듯이 그들은 참말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서 여러분은 모든 진실을 듣게 되실 겁니다. 다만 그들처럼 멋진 낱말로 꾸민 은 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그러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말과 까닭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제 쪽이 옳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이 나이에 어린 연설가처럼 여러분 앞에 설 수는 없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그런 모습을 바라지 마십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리고 꼭 드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늘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시장의 광장 에서, 돈 바꿔 주는 사람의 가게 앞에서, 어디서든 쓰던 말투로 말할 겁니다. 그 말투를 들으셔도 놀라지 마시고 제 말을 막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일흔이 넘었지만 법정에는 오늘 처음 섰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말투가 아주 낯섭니다. 그러니 저를 정말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여겨 주십시오. 그런 사람이 자기 나라 말과 자기 고장 방식으로 말해도 여러분은 너그럽게 봐주실 겁니다.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리는 걸까요? 말투가 좋은지 나쁜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오직 제 말이 참인지만 따져 주십시오. 거기에만 마음을 써 주십시오. 말하는 사람은 참말을 하고, 재판하는 사람은 바르게 판결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러면 먼저 오래된 과 처음 저를 고발한 사람들에게 답하겠습니다. 그다음에 나중에 고발한 사람들에게 넘어가겠습니다. 저에게는 오래전부터 고발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여러 해 동안 여러분에게 저에 대한 거짓말을 해 왔습니다. 저는 그들이 와 그 무리보다 더 두렵습니다. 아니토스 무리도 나름대로 위험하지만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데 훨씬 더 위험한 사람들이 따로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분이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거짓말로 여러분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떠들고 다녔습니다. 소크라테스라는 똑똑한 사람이 있는데, 하늘 위의 일을 궁리하고 땅속의 일을 캐낸다고요. 약한 주장을 강한 주장처럼 보이게 만든다고요. 이런 이야기를 퍼뜨린 사람들이 바로 제가 두려워하는 고발자들입니다. 그런 말을 들은 사람들은 쉽게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캐묻는 사람은 신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 사람들은 수가 많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씌운 죄목은 오래된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어리거나 젊어서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던 때에 만들어졌습니다. 게다가 그 고발에는 아무도 맞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답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곤란한 점은 제가 그 고발자들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름을 댈 수도 없습니다. 작가 한 사람만 빼고 말입니다. 샘내는 마음과 나쁜 마음으로 여러분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자기부터 그 말을 믿어 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그들을 이 자리에 불러 따져 물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론하면서 그림자와 싸워야 합니다. 대답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혼자 다투는 셈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러니 말씀드린 대로 저를 고발하는 사람이 두 무리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하나는 요즘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제가 오래된 쪽에 먼저 답하는 것이 옳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여러분은 그 고발을 나중 것보다 훨씬 일찍, 훨씬 자주 들으셨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자, 이제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랜 세월 쌓인 나쁜 소문을 짧은 시간에 씻어 내야 합니다. 저는 이기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것이 저와 여러분께 좋은 일이거나, 제 재판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저는 잘 압니다.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잘 압니다. 그러니 결과는 신께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법에 따라 이제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맨 처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에 대한 나쁜 소문을 만든 고발이 무엇인지 묻겠습니다. 가 이번에 저를 고발하게 만든 바로 그 고발 말입니다. 나쁜 소문을 낸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말합니까? 그들을 고발한 사람으로 치고, 그 말을 한 장으로 줄여 보겠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다. 쓸데없이 캐묻기 좋아해서 땅속과 하늘의 일을 캔다. 약한 주장을 강한 주장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것을 남들에게 가르친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고발 내용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의 희극 『구름』에서 직접 보신 그대로입니다. 그 연극에는 소크라테스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는 자기가 공중을 걸어 다닌다고 떠듭니다. 그리고 온갖 엉터리 말을 늘어놓습니다. 저는 그런 일을 많이 안다고도, 조금 안다고도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연을 공부하는 사람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멜레토스가 이렇게 무거운 죄를 저에게 씌울 수 있다면 저는 참 슬플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하지만 아테네 시민 여러분, 진실은 간단합니다. 저는 자연에 대한 궁리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이 그 이시니, 그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제 말을 들어 보신 분들, 말씀해 주십시오. 옆 사람에게도 알려 주십시오. 제가 그런 일을 짧게든 길게든 말하는 걸 들어 본 분이 있습니까? …여러분, 저분들의 대답을 들으셨지요.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을 들으면, 나머지가 참인지도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제가 선생 노릇을 하며 돈을 받는다는 소문도 근거가 없습니다. 이 고발도 앞의 것만큼 거짓입니다. 물론 누군가 정말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가르치고 돈을 받는 일은 그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레온티니의 고르기아스, 케오스의 프로디코스, 엘리스의 히피아스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여러 도시를 돌아다닙니다. 젊은이들은 자기 고장 사람에게 공짜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젊은이들을 설득해서 자기에게 오게 합니다. 젊은이들은 돈을 내면서도, 돈을 내게 해 줘서 고맙다고까지 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지금 아테네에는 파로스에서 온 가 한 사람 머물고 있습니다. 저도 그 사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그를 알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어느 날 히포니코스의 아들 칼리아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들에게 엄청난 돈을 쓴 사람입니다. 그에게 아들들이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칼리아스, 당신의 두 아들이 망아지나 송아지였다면 돌볼 사람을 쉽게 찾았을 겁니다. 말 나 농부를 데려왔겠지요. 그 사람이 그들을 타고난 장점과 뛰어남에 맞게 잘 키웠을 겁니다. 하지만 아들들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누구에게 그들을 맡기려 합니까? 사람의 과 시민의 덕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들이 있으니 분명 생각해 보셨겠지요.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있소.” 그가 말했습니다. “누구입니까? 어느 나라 사람이고, 수업료는 얼마입니까?” 제가 물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파로스의 에우에노스요. 그 사람이오. 수업료는 다섯 라오.” 그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에우에노스는 참 복 받은 사람이로구나. 정말 그런 지혜가 있는데 그렇게 알맞은 값에 가르친다면 말이다. 저에게 그런 지혜가 있었다면 저는 무척 우쭐하고 뽐냈을 겁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면, 저에게는 그런 앎이 전혀 없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누군가는 이렇게 되물을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이 고발들은 어디서 시작된 거요? 당신이 무언가 별난 짓을 했던 게 틀림없지 않소? 당신이 남들과 같았다면 이런 소문이 생길 리 없소. 그러니 그 까닭을 말해 주시오. 우리는 당신을 서둘러 판단하고 싶지 않소.” 저는 이것이 옳은 요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왜 지혜롭다고 불리고 나쁜 이름을 얻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들어 주십시오. 어떤 분은 제가 농담한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다고 분명히 밝힙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저에 대한 이 소문은 제가 가진 어떤 지혜에서 생겼습니다. 어떤 지혜냐고 물으신다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지혜라고 답하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저도 지혜롭다고 믿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앞서 말한 사람들은 사람을 뛰어넘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저는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저에게는 그런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그런 지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이름을 더럽히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이제부터 제가 엉뚱한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 말을 막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할 말은 제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믿을 만한 증인을 한 분 모시겠습니다. 그 증인은 의 신이십니다. 그분이 저에게 지혜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지혜인지 말씀해 주실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여러분은 카이레폰을 아실 겁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제 친구였고, 여러분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백성들이 나라 밖으로 쫓겨났을 때 그도 함께 떠났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카이레폰은 무슨 일이든 무척 서둘렀습니다. 그가 델포이에 가서 에 대담하게 물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제발 제 말을 막지 마십시오. 그는 저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사제가 저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카이레폰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 법정에 그의 동생이 와 있습니다. 그가 제 말이 참이라는 걸 확인해 줄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제가 왜 이 일을 말씀드릴까요? 제가 왜 나쁜 이름을 얻었는지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대답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신께서는 무슨 뜻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이 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는 크든 작든 지혜가 하나도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신께서 나를 가장 지혜롭다고 하신 건 무슨 뜻일까? 하지만 그분은 신이시니 거짓말을 하실 리 없다. 그것은 신의 본래 모습에 맞지 않는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오래 생각한 끝에 그 말을 시험해 볼 방법을 하나 찾았습니다. 저보다 지혜로운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찾는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그 사람을 증거로 삼아 신께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여기 저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제가 가장 지혜롭다고 하셨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래서 저는 지혜롭다고 이름난 사람을 찾아가 살펴보았습니다. 이름은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제가 살펴보려고 고른 였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사실은 지혜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지혜롭다고 여겼고, 그 자신은 더욱 그렇게 여겼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알려 주려고 했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요. 그러자 그는 저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 말을 들은 여러 사람도 함께 저를 미워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래서 저는 그 사람과 헤어지며 속으로 말했습니다. 우리 둘 다 정말 아름답고 좋은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그보다는 낫다. 그는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르고,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바로 이 한 가지에서 내가 그보다 조금 나은 것 같다. 그다음에는 지혜를 더 크게 자랑하는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과 다른 많은 사람도 제 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 뒤로 저는 한 사람씩 차례로 찾아갔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미워하게 된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슬펐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해야 할 일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신의 말씀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말했습니다.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모두 찾아가서 신탁의 뜻을 알아내야 한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합니다! 진실을 말씀드려야 하니까요. 제가 맡은 일의 결과는 이랬습니다. 가장 이름난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어리석은 편이었습니다. 덜 존경받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지혜롭고 더 나았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제가 돌아다닌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의 고된 일’이라 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 고생을 견딘 끝에 신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치가들 다음에는 시인들을 찾아갔습니다. 시인, 시인, 온갖 시인들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곧 들통날 것이다. 네가 그들보다 더 모른다는 게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을 골라 가서 무슨 뜻인지 물었습니다. 그들에게 무언가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믿으시겠습니까? 진실을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거의 누구라도 그 시인들보다 그들의 시를 더 잘 설명했을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시인들은 지혜로 시를 짓는 게 아닙니다. 타고난 재주와 떠오르는 으로 짓습니다. 그들은 점쟁이나 와 비슷합니다. 멋진 말을 많이 하지만 그 뜻은 모릅니다. 시인들도 그와 거의 같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시를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일까지 안다고 믿었습니다. 사실은 지혜롭지 않은 일에서도 자기가 가장 지혜롭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곳을 떠나며 생각했습니다. 정치가들보다 나았던 것과 같은 까닭으로 내가 시인들보다도 낫다고요.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마지막으로 저는 손재주 좋은 들을 찾아갔습니다. 저는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인들은 좋은 것을 많이 알 거라고 믿었습니다. 이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모르는 것을 정말 많이 알았습니다. 그 점에서는 분명 저보다 지혜로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데 솜씨 좋은 장인들도 시인들과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자기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온갖 큰 문제까지 안다고 여겼습니다. 이 잘못이 그들의 지혜를 가려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탁을 대신해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들의 앎도 모름도 없는 지금의 나로 있는 게 좋을까? 아니면 두 가지 다 그들처럼 되는 게 좋을까? 저는 저 자신과 신탁에게 대답했습니다. 지금 그대로의 내가 더 낫다고요.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이렇게 캐묻고 다니다 보니 아주 고약하고 위험한 적이 많이 생겼습니다. 저에 대한 나쁜 소문도 여기서 많이 생겨났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리고 저는 지혜롭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 말을 듣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없다고 밝혀낸 그 지혜를 소크라테스는 가지고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아테네 시민 여러분, 진실은 오직 신만이 지혜롭다는 것입니다. 신께서는 그 대답으로 이것을 보여 주려 하셨습니다. 사람의 지혜는 값어치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는 것입니다. 신께서는 소크라테스라는 사람을 말씀하신 게 아닙니다. 제 이름을 하나의 보기로 쓰셨을 뿐입니다. 마치 이렇게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아, 소크라테스처럼 자기 지혜가 보잘것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가장 지혜롭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래서 저는 신의 뜻에 따라 이곳저곳을 다닙니다. 시민이든 다른 나라 사람이든 지혜로워 보이면 누구든 살피고 캐묻습니다. 그가 지혜롭지 않다면, 신탁이 옳다는 걸 지키려고 그 사실을 보여 줍니다. 저는 이 일에 온통 매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나랏일에도 제 집안일에도 쓸 시간이 없습니다. 오히려 신을 섬기느라 아주 가난하게 삽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또 한 가지 일이 있습니다. 할 일이 별로 없는 부잣집 젊은이들이 스스로 제 곁에 모여듭니다. 그들은 지혜로운 척하는 사람들이 따져 물음을 받는 걸 듣기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를 흉내 내어 다른 사람들을 따져 묻기도 합니다. 그들이 곧 알게 되듯, 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면 따져 물음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화내지 않습니다. 대신 저에게 화를 냅니다. “이 못된 소크라테스! 젊은이들을 망치는 고약한 놈!” 그런데 누가 이렇게 묻습니다. “그가 대체 무슨 나쁜 짓을 하거나 가르친다는 거요?” 그러면 그들은 모르고 대답도 못 합니다. 다만 말문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철학자에게 늘 붙이는 뻔한 죄목을 되풀이합니다. 구름 위와 땅속의 일을 가르친다, 신을 믿지 않는다, 약한 주장을 강한 주장처럼 보이게 한다 같은 것들입니다. 아는 척한 것이 들통났다는 사실을 털어놓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게 진실인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수가 많고, 욕심이 크고, 힘이 넘칩니다. 똘똘 뭉쳐 있고 말도 잘합니다. 그래서 시끄럽고 뿌리 깊은 나쁜 소문으로 여러분의 귀를 가득 채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래서 세 사람이 저를 고발했습니다. 멜레토스와 아니토스와 입니다. 멜레토스는 시인들 편에서 저와 다툽니다. 아니토스는 장인들과 정치가들 편에서, 뤼콘은 연설가들 편에서 그럽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이렇게 산더미 같은 나쁜 소문을 한 번에 털어 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이것이 진실이고 모든 진실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고 꾸미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압니다. 제가 꾸밈없이 말하기 때문에 그들이 저를 미워한다는 것을요. 그들이 저를 미워한다는 것이 바로 제가 참말을 한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저에 대한 나쁜 생각은 여기서 생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까닭입니다. 이번에든 앞으로든 따져 보시면 그렇다는 걸 아시게 될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첫 번째 무리의 고발자들에게는 이만하면 충분히 답한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번째 무리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멜레토스입니다. 그는 스스로 착한 사람이고 나라를 정말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도 답해 보겠습니다. 그들의 고발장을 한번 읽어 보지요. 대강 이런 내용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다. 젊은이들을 망친다. 나라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는다. 그 대신 자기만의 새로운 들을 섬긴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고발 내용이 이렇습니다. 그러면 이제 하나씩 따져 보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는 제가 나쁜 짓을 하고 젊은이들을 망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바로 멜레토스입니다. 그는 장난을 치면서 진지한 척합니다. 털끝만큼도 관심 없던 일에 관심 있는 척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법정에 끌고 오는 데만 열을 올립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는 걸 보여 드리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 이리 나와 보시오. 그대에게 하나 묻겠소. 그대는 젊은이들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일을 아주 깊이 생각한다지요?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렇다면 누가 젊은이들을 더 좋게 만드는지 들께 말해 보시오. 그대는 분명 알 것이오. 그대는 누가 그들을 망치는지 애써 찾아냈소. 그래서 바로 그 일로 나를 이분들 앞에 고발했으니 말이오. 자, 누가 젊은이들을 더 좋게 만드는지 재판관들께 말해 보시오. 보시오, 멜레토스. 그대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못 하는구려. 이건 부끄러운 일 아니오? 그대가 이 일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내 말의 확실한 증거가 아니오? 자, 친구여, 말해 보시오. 누가 젊은이들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지 알려 주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니, 그게 아니오, 착한 양반. 나는 그걸 물은 게 아니오. 나는 먼저 법을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소크라테스, 지금 이 법정에 앉아 계신 재판관들이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뭐라고요, 멜레토스? 저분들이 젊은이들을 가르쳐서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말이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어떻소? 저분들 모두가 그렇소? 아니면 몇몇만 그렇고 나머지는 아니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여신께 맹세코, 그거 참 반가운 소식이오! 그렇다면 젊은이들을 더 좋게 만드는 사람이 아주 많구려. 그럼 구경하는 사람들은 어떻소? 그들도 젊은이들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렇소. 의원들도 젊은이들을 더 좋게 만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럼 혹시 에 나오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을 망치지 않소? 아니면 그들도 젊은이들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러면 아테네 사람은 누구나 젊은이들을 더 좋게 만들고 훌륭하게 키우는구려. 나 하나만 빼고 말이오. 나 혼자만 그들을 망친다는 것이오? 그대가 굳게 주장하는 게 바로 이것이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렇습니다. 바로 그것이 제가 굳게 주장하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당신 말이 맞다면 저는 참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나 여쭙겠습니다. 달리는 말은 어떻습니까? 말을 해치는 사람은 단 한 명이고, 세상 사람은 모두 말을 돕습니까? 오히려 그 반대가 진실 아닙니까? 말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거나, 아주 적지 않습니까? 말을 길들이는 조련사가 말을 돕습니다. 말을 다루는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말을 해치지 않습니까? 멜레토스, 말이든 다른 어떤 동물이든 그렇지 않습니까? 당신과 아니토스가 그렇다고 하든 아니라고 하든,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젊은이들을 망치는 사람은 단 하나뿐이고 나머지 모든 사람은 그들을 더 좋게 만든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 당신은 젊은이들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잘 드러냈습니다. 당신은 저를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문제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습니다. 거기서 당신이 하다는 게 그대로 보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 이번에는 다른 것을 묻겠습니다. 께 맹세하고 묻습니다. 나쁜 시민들 틈에서 사는 것과 좋은 시민들 틈에서 사는 것, 어느 쪽이 더 낫습니까? 친구여, 대답해 보십시오.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착한 사람은 이웃을 돕고, 나쁜 사람은 이웃을 해치지 않습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함께 사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해를 입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친구여, 대답하십시오. 법이 당신에게 대답하라고 합니다. 해를 입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렇다면 당신은 제가 젊은이들을 망친다고 고발했습니다. 제가 일부러 망친다는 겁니까, 아니면 모르고 그랬다는 겁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일부러 망친다는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하지만 당신은 방금 인정했습니다. 좋은 사람은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나쁜 사람은 이웃에게 해를 끼친다고요. 그 젊은 나이에 당신은 뛰어난 지혜로 이 를 벌써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이의 저는 그것도 모를 만큼 어리석다는 말입니까?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을 망치면 제가 해를 입기 쉽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제가 그를 망친다고 합니다. 그것도 일부러 그런다고 합니다. 저도 다른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니 저는 젊은이들을 망치지 않았거나, 모르고 망친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제 잘못이 모르고 한 일이라면, 법은 그런 잘못을 재판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저를 따로 불러 타일렀어야 했습니다. 더 좋은 말을 들었다면 저는 모르고 하던 일을 그만두었을 겁니다. 틀림없이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가르쳐 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이제 저를 법정에 끌고 왔습니다. 이곳은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벌을 주는 곳인데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멜레토스는 이 문제에 크든 작든 관심이 없습니다. 이제 그게 아주 분명해졌을 겁니다. 그래도 멜레토스, 저는 알고 싶습니다. 제가 대체 무엇으로 젊은이들을 망친다는 겁니까? 당신의 고발장을 보면 이런 뜻 같습니다. 제가 젊은이들에게 나라가 믿는 신들을 믿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대신 새로운 신이나 신령을 가르친다는 것이지요. 당신 말로는 바로 이런 가르침으로 제가 젊은이들을 망친다는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맞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굳게 주장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렇다면 멜레토스, 지금 이야기하는 그 신들께 맹세하고 부탁합니다. 저와 이 법정에 더 분명하게 말해 주십시오. 저는 아직도 당신 주장을 모르겠습니다. 제가 남들에게 어떤 신들을 믿으라고 가르친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저도 신을 믿는 셈이니 신을 아예 안 믿는 사람은 아니지요. 다만 그 신들이 이 도시가 믿는 신들과 다르다는 겁니까? 그게 당신의 고발입니까? 아니면 제가 신을 하나도 믿지 않고, 그렇게 가르친다는 뜻입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뒤의 뜻입니다. 당신은 신을 하나도 믿지 않는 라는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참 이상한 말씀이군요! 멜레토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해나 달을 신으로 믿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재판관 여러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 사람은 믿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해는 돌이고 달은 흙이라고 말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 그대는 를 고발한다고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생각은 클라조메나이 사람 아낙사고라스의 책에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대는 재판관들이 그것도 모를 만큼 글을 모른다고 여깁니까? 그렇다면 이분들을 참 얕보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런 생각은 극장에서 꽤 자주 무대에 오릅니다. 입장료는 많아야 한 입니다. 그런데도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그런 이상한 생각을 제 것인 척 떠든다면, 사람들은 돈을 내고 보다가 그를 비웃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데 멜레토스, 그대는 제가 정말 어떤 신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합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제우스께 맹세합니다. 그대는 어떤 신도 하나도 믿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 아무도 그대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그대 자신도 믿지 않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멜레토스는 무모하고 뻔뻔합니다. 그는 그저 젊은 와 로 이 고발장을 쓴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는 저를 시험하려고 수수께끼를 하나 지어낸 게 아닐까요? 그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저 똑똑한 소크라테스가 내 장난 같은 앞뒤 안 맞는 말을 알아챌까? 아니면 내가 그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속일 수 있을까? 두고 보자.’ 제가 보기에 그의 고발장은 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신들을 믿지 않는 죄를 지었다. 그런데 신들을 믿는다.’ 이건 진지한 사람이 할 일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제가 생각하는 그의 모순을 저와 함께 따져 봐 주십시오. 멜레토스, 그대는 대답하시오. 그리고 듣는 여러분께 다시 부탁드립니다. 제가 늘 하던 방식대로 말해도 시끄럽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 사람에 관한 일은 믿으면서 사람이 있다는 건 안 믿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저 사람이 자꾸 소란을 피우지 말고 대답했으면 좋겠습니다. 말 타는 기술은 믿으면서 말은 안 믿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피리 부는 솜씨는 믿으면서 피리 부는 사람은 안 믿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친구여,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그대가 대답하지 않으니 제가 그대와 이 법정을 위해 대신 답하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음 질문에 답해 주시오. 신령스럽고 신다운 일은 믿으면서 이나 은 안 믿을 수 있습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법정의 도움으로 그 대답을 받아 냈으니 저는 참 운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고발장에서 맹세했습니다. 제가 신답거나 신령스러운 일을 가르치고 믿는다고요. 그것이 새것이든 옛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제가 신령스러운 일을 믿는다고 그대는 고발장에 쓰고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신다운 존재를 믿는다면 어떻게 정령이나 반신을 안 믿을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믿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대가 말이 없으니 그렇다고 한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자, 정령이나 반신은 무엇입니까? 신이거나 신의 자식이 아닙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바로 이것이 그대가 지어낸 장난 같은 수수께끼입니다. 반신이나 정령은 곧 신입니다. 그런데 그대는 처음에는 제가 신을 안 믿는다고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제가 신을 믿는다고 합니다. 제가 반신을 믿는다면 그렇게 됩니다. 반신은 나 다른 어머니에게서 난 신의 자식이라고들 합니다. 신의 자식은 있다고 믿으면서 신은 없다고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건 는 있다고 하면서 말과 당나귀는 없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 그런 엉터리 말은 저를 시험하려고 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는 저를 고발할 진짜 까닭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고발장에 써넣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러나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대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같은 사람이 신답고 사람을 넘어서는 것은 믿으면서, 신과 반신과 은 없다고 믿는다는 말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멜레토스의 고발에는 이만하면 충분히 답했습니다. 길게 변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가 얼마나 많은 미움을 샀는지 잘 압니다. 제가 망한다면 바로 그 미움 때문일 것입니다. 멜레토스도 아니토스도 아니고, 세상의 와 나쁜 소문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미 많은 착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제가 그 마지막 사람이 될 걱정은 없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소크라테스, 이렇게 일찍 죽게 될지도 모르는 삶을 살아서 부끄럽지 않소?’ 저는 그에게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당신은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면 살지 죽을지를 따지면 안 됩니다. 그는 오직 자기가 하는 일이 옳은지 그른지만 따져야 합니다. 좋은 사람이 할 일을 하는지, 나쁜 사람이 할 일을 하는지만 생각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당신 생각대로라면 에서 쓰러진 영웅들도 별 쓸모 없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보다 의 아들이 그렇겠지요. 그는 부끄러운 삶에 비하면 위험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그는 를 죽이고 싶어 했습니다. 그때 여신인 어머니가 말해 주었습니다.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를 갚으려고 헥토르를 죽이면 너도 죽게 된다고요. 어머니는 이런 말이나 비슷한 말로 일렀습니다. ‘헥토르 다음에는 네가 죽을 차례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듣고도 위험과 죽음을 우습게 여겼습니다. 그는 그것보다 부끄럽게 사는 것을 더 두려워했습니다. 친구의 원수를 갚지 못하는 것을 더 두려워했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차라리 지금 여기서 죽고 원수에게 하겠다. 새의 부리처럼 굽은 뱃머리 옆에 남아 웃음거리가 되느니, 땅 위의 짐덩이로 사느니 그게 낫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가 죽음과 위험을 잠깐이라도 생각했겠습니까? 사람은 어떤 자리에 섰다면 위험할 때 그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자기가 고른 자리든, 이 정해 준 자리든 마찬가지입니다. 죽음도 다른 무엇도 생각하지 말고 부끄러운 일만 생각해야 합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이것은 참된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제가 이렇게 한다면 참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이 뽑은 들이 와 암피폴리스와 델리온에서 저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때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죽음 앞에서도 장군들이 세워 둔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께서 저에게 명령하셨다고 저는 생각하고 믿습니다. 철학자로서 저와 남들을 살피라는 일을 하라고요. 그런데 죽음이 두렵다고, 다른 무엇이 두렵다고 이 자리를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입니다. 제가 죽음이 두려워 신탁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 봅시다. 지혜롭지 않으면서 지혜로운 척한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신이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다는 죄로 법정에 서는 게 마땅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지혜가 아닙니다. 지혜로운 척하는 것일 뿐입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여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가장 나쁜 일이라 여기며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죽음이 가장 좋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뽐내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모름이 아니겠습니까? 바로 이 점에서 저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그들보다 더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의 일을 잘 모르지만, 안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압니다. 더 나은 이에게 옳지 않은 일을 하고 말을 따르지 않는 것은 나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가 신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저는 분명히 나쁜 일을 피하려고, 좋은 일일지도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러니 여러분이 지금 아니토스의 말을 따르지 않고 저를 풀어 준다고 해 봅시다. 아니토스는 제가 고발된 이상 꼭 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럴 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고발되지 말았어야 했다고요.) 또 제가 지금 풀려나면 여러분의 아들들이 제 말을 듣고 모두 완전히 망가질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저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해 봅시다. ‘소크라테스, 이번에는 아니토스의 말을 듣지 않고 자네를 풀어 주겠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네. 다시는 이렇게 캐묻고 따지지 말게. 또 그러다 붙잡히면 죽게 될 걸세.’ 그런 조건으로 저를 풀어 준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보다 신을 따르겠습니다. 숨이 붙어 있고 힘이 남아 있는 한 저는 철학을 하고 가르치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저는 만나는 누구에게나 권하며 늘 하던 대로 말할 것입니다. ‘친구여, 당신은 위대하고 힘세고 지혜로운 도시 아테네의 시민입니다. 그런데 돈과 와 좋은 은 그렇게 많이 쌓으려 애씁니다. 그러면서 지혜와 진리와 을 더 좋게 하는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아니오, 나는 마음을 씁니다’라고 한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저는 그를 바로 보내지 않습니다. 계속 묻고 살피고 따집니다. 그에게 덕이 없으면서 있다고 말만 하는 것 같으면 저는 그를 꾸짖습니다. 더 큰 것을 가볍게 여기고 더 작은 것을 무겁게 여긴다고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저는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같은 말을 되풀이할 것입니다. 젊은이든 늙은이든, 시민이든 다른 나라 사람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시민들에게 그럴 것입니다. 그들은 제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신의 명령이라는 걸 알아 두십시오. 저는 제가 신을 섬긴 일보다 이 나라에 더 좋은 일은 없었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저 늙은이든 젊은이든 여러분 모두를 찾아다니며 설득할 뿐입니다. 몸이나 재산을 먼저 챙기지 말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영혼을 가장 좋게 하는 데 마음을 쓰라고 권합니다. 저는 여러분께 말합니다. 덕은 돈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덕에서 돈과 사람의 다른 모든 좋은 것이 나옵니다. 나라의 것이든 자기 것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제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이 젊은이들을 망친다면 저는 해로운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이것이 제 가르침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테네 시민 여러분, 말씀드립니다. 아니토스 말을 따르든 따르지 않든, 저를 풀어 주든 풀어 주지 않든, 이것만은 알아 두십시오. 저는 제 길을 절대 바꾸지 않겠습니다. 여러 번 죽어야 한다 해도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끼어들지 마시고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여러분은 제 말을 끝까지 들어 주시기로 했습니다. 저는 할 말이 더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 여러분은 소리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듣는 것이 여러분께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제발 소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알아 두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저 같은 사람을 죽인다면, 저보다 여러분 자신을 더 크게 해치는 것입니다. 무엇도 저를 해치지 못합니다. 멜레토스도 아니토스도 그럴 수 없습니다. 나쁜 사람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해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니토스가 저를 죽이거나, 나라 밖으로 쫓아내거나, 시민의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건 저도 압니다. 그와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저에게 큰 해라고 여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이 훨씬 더 나쁘기 때문입니다. 남의 목숨을 옳지 않게 빼앗는 일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 생각처럼 저를 위해 변론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을 위해 변론합니다. 저는 신께서 여러분께 주신 선물입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죄를 씌워 신께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저를 죽이면 제 뒤를 이을 사람을 쉽게 찾지 못할 겁니다. 우스운 를 써도 된다면, 저는 신께서 이 나라에 붙여 주신 같은 존재입니다. 이 나라는 크고 훌륭한 말입니다. 그런데 몸집이 너무 커서 굼뜹니다. 그래서 깨워 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저는 신께서 이 나라에 붙여 두신 바로 그 등에입니다. 저는 하루 종일 어디서나 여러분에게 달라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깨우고 설득하고 꾸짖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여러분은 저 같은 사람을 다시 쉽게 찾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저를 살려 두시라고 권합니다. 여러분은 (잠에서 갑자기 깬 사람처럼) 짜증이 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니토스 말대로 저를 단번에 쳐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남은 평생 계속 잠들어 지낼 것입니다. 신께서 여러분을 아껴 다른 등에를 보내 주시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저는 신께서 여러분께 보내 주신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증거는 이렇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과 같았다면 그 오랜 세월 동안 제 일을 다 내버려 두었을까요? 제 일이 엉망이 되는 걸 참으면서 여러분의 일을 돌보았을까요? 아버지나 형처럼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덕을 돌보라고 권했을까요? 그런 행동은 보통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제가 무언가를 얻었거나 권한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그럴 까닭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 뻔뻔한 고발자들조차 감히 그 말은 못 합니다. 제가 누구에게 돈을 내라고 하거나 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그런 증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말이 참이라는 증인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바로 저의 가난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어떤 분은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저는 개인으로 돌아다니며 충고하고 남의 일에 바쁩니다. 그런데 왜 나랏일에 나서서 나라에 충고하지는 않을까요? 그 까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여러 번, 여러 곳에서 저에게 찾아오는 신의 를 말하곤 했습니다. 멜레토스가 고발장에서 비웃은 바로 그 신다운 것 말입니다. 이 신호는 목소리 같은 것인데, 제가 어릴 때 처음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제가 하려는 일을 늘 막기만 합니다. 무엇을 하라고 시키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바로 이 신호가 제가 정치를 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저는 그게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정치를 했다면 저는 오래전에 죽었을 겁니다. 여러분에게도 저에게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제가 진실을 말해도 화내지 마십시오. 진실은 이렇습니다. 나라에서는 법에 어긋나고 옳지 않은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그런 일에 여러분이나 다른 많은 사람과 맞서 정직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목숨을 지키지 못합니다. 옳은 것을 위해 싸우려는 사람이 잠시라도 살아남으려면 나랏일에 나서면 안 됩니다. 나랏일을 맡지 않은 보통 사람으로 지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제 말이 맞다는 증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말만이 아니라 여러분이 훨씬 더 귀하게 여기는 행동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제 삶의 한 장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려워 옳지 않은 일에 굽힌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굽히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죽었을 일인데도 말입니다. 재판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리 재미있지는 않겠지만 참된 이야기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제가 맡은 나랏일은 평의회 의원 하나뿐이었습니다. 아르기누사이 바다 싸움이 끝난 뒤의 일입니다. 장군들이 죽은 군인들의 을 거두지 않아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때 제가 속한 안티오키스 이 그 재판을 이끌 차례였습니다. 여러분은 장군들을 한꺼번에 묶어 재판하자고 했습니다. 그것은 법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여러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가운데 법에 어긋난 그 일에 반대한 사람은 저 혼자였습니다. 저는 여러분에 맞서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연설가들은 저를 고발하고 붙잡아 가겠다고 겁을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때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감옥과 죽음이 두려워 여러분의 옳지 않은 일에 끼느니, 차라리 법과 의 편에 서서 위험을 무릅쓰겠다고요.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 일은 백성이 다스리던 때 있었습니다. 그 뒤 서른 명이 권력을 쥔 이 들어섰습니다. 그들은 저와 다른 네 사람을 둥근 관청 건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에 가서 살라미스 사람 레온을 끌고 오라고 했습니다. 레온을 죽이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을 자기들 죄에 끌어들이려 했습니다. 그래서 늘 이런 명령을 내렸고, 이것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때 저는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저는 죽음 따위는 지푸라기만큼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마음 쓰는 것은 단 하나, 옳지 않거나 신을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무서운 권력의 센 팔도 저를 겁주어 잘못된 일을 하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그 건물을 나왔을 때 네 사람은 살라미스로 가서 레온을 끌고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서른 명의 권력이 곧 무너지지 않았다면 저는 그 일로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이 일이 사실이라고 말해 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데 여러분은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나랏일을 하며 살았다면 그 긴 세월을 살아남았을 거라고요. 좋은 사람답게 늘 옳은 편에 서고, 정의를 가장 먼저 지켰더라도 말입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다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나랏일에서든 제 일에서든 늘 한결같았습니다. 나쁜 소문을 내는 사람들이 제 제자라고 부르는 이들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비굴하게 굽실댄 적이 없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사실 저에게는 정식 제자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맡은 일을 할 때 누가 와서 듣고 싶어 하면 막지 않습니다. 젊은이든 늙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돈을 내는 사람하고만 이야기하지도 않습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저에게 묻고 대답하고 제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든 좋은 사람이 되든, 그 결과를 제 탓으로 돌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저는 그에게 무엇을 가르친 적도, 가르치겠다고 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다른 사람들은 못 들은 무언가를 저에게서 몰래 배웠다고 말한다고 해 봅시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러면 이런 질문이 나올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늘 당신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느냐고요. 아테네 시민 여러분, 그 진실은 이미 다 말씀드렸습니다. 사람들은 지혜로운 척하는 사람이 따져 물음을 받는 걸 듣기 좋아합니다. 거기에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남을 따져 묻는 이 일은 신께서 저에게 맡기신 것입니다. 신께서는 신탁과 으로 알려 주셨습니다. 신의 뜻이 사람에게 전해지는 온갖 방법으로 알려 주셨습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이것은 진실입니다. 진실이 아니라면 금방 들통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제가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거나 망쳤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제 어른이 되어, 어릴 때 제가 나쁜 충고를 했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이 고발자로 나서서 앙갚음해야 마땅합니다. 그들이 나서기 싫다면 친척이 나서야 합니다. 아버지나 형제나 다른 집안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제가 그 집안에 어떤 해를 끼쳤는지 말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 사람들이 이 법정에 많이 와 있는 게 보입니다. 저와 나이가 같고 같은 마을에서 온 이 있습니다. 그의 아들 크리토불로스도 보입니다. 스페토스에서 온 리사니아스도 여기 있습니다. 그는 아이스키네스의 아버지입니다. 케피소스에서 온 안티폰도 있습니다. 그는 에피게네스의 아버지입니다. 저와 어울리던 여러 사람의 형제들도 와 있습니다. 테오스도티데스의 아들 니코스트라토스가 있습니다. 그는 테오도토스의 형제입니다. (테오도토스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적어도 그가 형제를 말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데모도코스의 아들 파랄로스도 있습니다. 그에게는 테아게스라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아리스톤의 아들 아데이만토스도 있습니다. 그의 형제 도 여기 와 있습니다. 아폴로도로스의 형제 아이안토도로스도 보입니다. 이름을 댈 사람은 이 밖에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몇몇은 멜레토스가 말하는 동안 증인으로 불렀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가 잊었다면 지금이라도 부르게 하십시오. 제가 자리를 비켜 드리겠습니다. 그런 증언을 내놓을 수 있다면 어디 말해 보라고 하십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멜레토스와 아니토스는 저를 젊은이를 망치는 사람, 그들 집안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모두 저를 위해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망가졌다는 젊은이들만이 아닙니다. 그들이라면 무슨 까닭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망가지지 않은 그들의 나이 든 친척들까지 그렇습니다. 그들은 왜 증언으로 저를 도우려 할까요? 진리와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제가 참말을 하고 멜레토스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그들이 알기 때문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자, 아테네 시민 여러분, 이런 말과 이와 비슷한 말이 제가 드릴 수 있는 변론의 전부입니다. 그래도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는 저에게 언짢을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은 이와 비슷하거나 더 가벼운 재판에서 울면서 재판관들에게 빌었던 일을 떠올릴 겁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자기 아이들과 많은 친척과 친구를 법정에 데려왔던 일도 떠올릴 겁니다. 그런데 저는 어쩌면 목숨이 걸린 처지인데도 그런 일을 하나도 하지 않습니다. 그 차이가 떠올라 그가 저를 미워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일로 기분이 상해 화난 마음으로 표를 던질지도 모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여러분 가운데 그런 분이 있다면… 그런 분이 있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런 분에게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친구여, 저도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처럼 살과 피로 되어 있습니다. 의 말처럼 ‘나무나 돌’로 된 게 아닙니다. 저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저에게도 아들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거의 다 자란 청년이고, 둘은 아직 어립니다. 그래도 저는 풀어 달라고 빌려고 그 아이들 중 누구도 여기 데려오지 않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왜 그러지 않느냐고요? 잘난 척하거나 여러분을 업신여겨서가 아닙니다. 제가 죽음을 두려워하는지는 다른 문제이니 지금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남들이 어떻게 볼지 생각하면 그런 행동은 부끄럽습니다.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온 나라에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느낍니다. 제 나이에, 지혜롭다는 이름까지 가진 사람이 그렇게 비굴하게 굴어서는 안 됩니다. 그 이름이 맞든 틀리든, 세상은 소크라테스가 어떤 점에서 남보다 낫다고 여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옛 시대의 생각이에요
여러분 가운데 지혜나 용기나 다른 덕이 뛰어나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을 낮춘다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저는 이름난 사람들이 판결을 받고 아주 이상하게 행동하는 걸 보았습니다. 그들은 죽으면 무언가 끔찍한 일을 당한다고 여기는 듯했습니다. 여러분이 살려 주기만 하면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듯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이 나라의 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와서 보았다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아테네 사람들이 명예와 높은 자리를 준 가장 이름난 사람들이 여인네만도 못하다고요.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이름이 알려진 우리 같은 사람은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여러분도 허락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여러분은 이렇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 조용히 있는 사람보다, 불쌍한 장면을 꾸며 도시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사람에게 훨씬 기꺼이 유죄를 내리겠다고요.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평판 문제는 빼더라도 잘못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재판관을 깨우치고 설득하지 않고, 잘 봐 달라고 빌어서 풀려나려는 것 말입니다. 재판관의 일은 정의를 선물처럼 나눠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을 내리는 것입니다. 재판관은 제 마음대로가 아니라 법에 따라 재판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여러분이 맹세를 어기는 버릇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끌려가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는 신을 섬기는 바른 마음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러니 제가 부끄럽고 신을 거스르고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일을 하라고 하지 마십시오. 더구나 지금 저는 멜레토스의 고발로 신을 섬기지 않은 죄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제가 조르고 빌어서 여러분의 맹세를 꺾는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저는 여러분에게 신이 없다고 믿으라고 가르치는 셈입니다. 변론을 하면서 도리어 제가 신을 믿지 않는다고 스스로 밝히는 꼴이 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신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를 고발한 누구보다도 더 깊은 뜻에서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일을 여러분과 신께 맡깁니다. 여러분과 저에게 가장 좋은 쪽으로 정해 주십시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제가 슬퍼하지 않는 데는 여러 까닭이 있습니다. 저는 이 결과를 예상했습니다. 다만 표 차이가 이렇게 작은 것에 놀랐을 뿐입니다. 저를 반대하는 표가 훨씬 많을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른 표만 저쪽으로 넘어왔다면 저는 로 풀려났을 겁니다. 그러니 저는 멜레토스에게서는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토스와 뤼콘이 돕지 않았다면 그는 법이 정한 대로 전체 표의 오분의 일도 얻지 못했을 겁니다. 그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랬다면 그는 천 드라크마의 을 냈을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래서 그는 사형을 벌로 내놓습니다. 그러면 아테네 시민 여러분, 저는 어떤 벌을 내놓아야 할까요? 분명 저에게 알맞은 것이어야겠지요. 그럼 저에게 알맞은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평생 한 번도 한가하게 지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이 마음 쓰는 것들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돈, 집안의 이익, 군대의 높은 자리, 민회에서 하는 연설, , 몰래 꾸미는 일, 패거리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어떤 대가를 주어야 하겠습니까?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저는 너무 정직해서 정치가가 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저에게도 도움이 안 될 곳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자기 이익을 챙기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돌보고 덕과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요. 나라의 이익을 챙기기 전에 나라 그 자체를 돌보아야 한다고요. 모든 일에서 이 순서를 지켜야 한다고요.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 사람에게는 무엇을 해 주어야 할까요? 아테네 시민 여러분, 대가를 받아야 한다면 분명 좋은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을 도와준 사람, 여러분을 가르치려고 시간을 내고 싶어 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대가는 무엇일까요? 아테네 시민 여러분, 에서 밥을 대접받는 것보다 알맞은 대가는 없을 겁니다. 의 말 경주나 경주에서 이긴 시민도 있습니다. 말 두 마리가 끌든 여러 마리가 끌든 상관없습니다. 그런 시민보다 저 같은 사람이 이 대접을 훨씬 더 받을 만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 시민은 넉넉하지만 저는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는 여러분에게 행복해 보이는 겉모습만 줍니다. 하지만 저는 진짜 행복을 줍니다. 그러니 제가 받을 벌을 바르게 따져 본다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프리타네이온에서 밥을 대접받는 것이 마땅한 대가라고요.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까 눈물로 비는 일에 대해 말했을 때처럼, 여러분은 제가 지금도 여러분에게 대든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건 일부러 남을 해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을 설득하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다른 도시들처럼 아테네에도 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사형이 걸린 재판은 하루 만에 판결하면 안 된다는 법 말입니다. 그랬다면 여러분을 설득할 수 있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나쁜 소문을 짧은 시간에 다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남을 해친 적이 없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니 저 자신도 절대 해치지 않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저는 저에게 벌이 마땅하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벌도 내놓지 않겠습니다. 왜 그래야 합니까? 멜레토스가 내놓은 사형이 두려워서일까요? 저는 죽음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분명히 나쁜 벌을 제 입으로 내놓아야 할까요? 감옥에 가겠다고 할까요? 그런데 왜 감옥에 살면서 해마다 바뀌는 관리들, 곧 의 종이 되어야 합니까? 아니면 벌금을 내되, 다 낼 때까지 감옥에 있을까요? 그것도 같은 까닭으로 안 됩니다. 저는 결국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할 겁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벌금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렇다고 나라 밖으로 쫓겨나는 벌을 내놓는다고 해 봅시다. (어쩌면 여러분은 이 벌을 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살고 싶은 마음에 눈이 먼 사람일 겁니다. 같은 나라 시민인 여러분조차 제 이야기와 말을 견디지 못합니다. 너무 괴롭고 밉다고 여겨 더는 듣지 않으려 하십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저를 견뎌 줄 거라고 기대한다면,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테네 시민 여러분, 그건 정말 그럴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나이에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며 사는 삶은 어떻겠습니까! 머물 곳을 늘 바꾸고, 늘 쫓겨나며 사는 삶 말입니다! 저는 압니다. 제가 어디를 가든 이곳에서처럼 젊은이들이 저에게 몰려들 겁니다. 제가 그들을 쫓아내면, 그들의 부탁을 받은 어른들이 저를 쫓아낼 겁니다. 제가 그들을 받아들이면, 그들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그들을 위해 저를 쫓아낼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소크라테스, 그대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지낼 수 없소? 그러면 다른 도시에 가도 아무도 그대를 건드리지 않을 거요.” 그런데 이 물음에 대한 제 대답을 이해시켜 드리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는 건 신을 거스르는 일이라서 입을 다물 수 없다고 말씀드린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여러분은 제가 진지하다고 믿지 않으실 겁니다. 또 이렇게 거듭 말씀드린다고 해 봅시다. 날마다 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요. 제가 저와 남을 살피며 나누는 다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라고요. 그리고 따져 살피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요. 그러면 여러분은 저를 더욱 믿지 않으실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하지만 저는 참된 것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설득하기가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 돈이 있었다면 낼 수 있는 만큼 벌금을 내겠다고 했을 겁니다. 그래도 큰 손해는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돈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 형편에 맞게 벌금을 정해 달라고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글쎄요, 저는 한 므나쯤은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벌을 내놓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제 친구들이 삼십 므나를 말하라고 합니다. 플라톤과 크리톤과 크리토불로스와 아폴로도로스입니다. 그들이 그 돈을 책임지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삼십 므나로 벌을 정해 주십시오. 그 돈은 이 친구들이 틀림없이 책임질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아테네 시민 여러분, 여러분이 얻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이 도시를 헐뜯는 사람들에게 나쁜 소리를 듣게 될 겁니다. 그들은 여러분이 지혜로운 소크라테스를 죽였다고 말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탓하고 싶을 때면, 제가 지혜롭지 않더라도 저를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부를 테니까요. 여러분이 조금만 기다렸다면 바라던 일이 저절로 이루어졌을 겁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나이가 많이 들었고, 죽을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이제 저는 여러분 모두가 아니라 저에게 사형을 정한 분들께만 말씀드립니다. 그분들께 드릴 말씀이 또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풀려날 만한 말을 하지 못해서 유죄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마음만 먹었다면 무슨 말이든 무슨 일이든 다 했을 거라고 여기시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유죄로 이끈 것은 말이 모자라서가 결코 아닙니다. 저에게는 여러분이 바라던 대로 빌 만한 배짱도, 뻔뻔함도, 그럴 마음도 없었습니다. 울부짖고 하고 하는 일 말입니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늘 들어 온 그 많은 말과 행동 말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런 것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때 저는 위험하다고 해서 비겁하고 천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제가 변론한 방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방식대로 말하고 사느니, 제 방식대로 말하고 죽는 쪽을 고르겠습니다. 싸움터에서든 법정에서든, 저든 누구든 죽음을 피하려고 아무 방법이나 써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싸움터에서 무기를 버리고 쫓아오는 적 앞에 무릎을 꿇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위험에서도 무슨 말이든 무슨 짓이든 하려고만 하면 죽음을 피할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여, 어려운 것은 죽음을 피하는 일이 아닙니다. 옳지 않은 일을 피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옳지 않은 일은 죽음보다 더 빨리 달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늙고 느려서 더 느린 달리기 선수인 죽음에게 붙잡혔습니다. 저를 고발한 사람들은 날쌔고 재빨라서, 더 빠른 선수인 에게 붙잡혔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래서 이제 저는 여러분에게서 사형 판결을 받고 이곳을 떠납니다. 저를 고발한 사람들도 진리에게서 사악하고 옳지 않다는 판결을 받고 자기 길을 갑니다. 저는 제 판결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들은 그들의 판결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는 이 일들이 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여겨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리고 이제, 저에게 유죄를 내린 여러분께 을 하나 하려 합니다. 저는 곧 죽을 사람입니다.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앞일을 내다보는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를 죽이는 여러분께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가 떠나고 나면 곧, 여러분이 저에게 내린 벌보다 훨씬 무거운 벌이 틀림없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여러분은 자기 삶을 설명해야 하는 일을 피하려고, 고발하는 사람을 없애려고 저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일은 여러분 생각과 다르게 될 겁니다. 아주 다르게 될 겁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러분을 고발할 사람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겁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그들을 말려 왔습니다. 그들은 더 젊은 만큼 여러분을 더 거침없이 대할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들에게 더 화가 날 겁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사람을 죽이면 아무도 여러분의 나쁜 삶을 나무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것은 될 수도 없고 떳떳하지도 않은 도망길입니다. 가장 쉽고 가장 훌륭한 길은 남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자신을 더 낫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떠나기 전에 저에게 유죄를 내린 재판관들께 드리는 예언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저를 무죄로 풀어 주려 했던 친구들이여, 관리들이 바쁜 동안 여러분과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죽어야 할 곳으로 가기 전에, 방금 일어난 이 일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니 잠깐만 머물러 주십시오. 시간이 있을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지요. 여러분은 제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일어난 이 일이 무슨 뜻인지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재판관 여러분, 여러분이야말로 제가 정말 재판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입니다. 여러분께 놀라운 일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제 마음속 신탁에서 오는 신의 힘은 늘 저를 막아 왔습니다. 제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려 할 때면 아주 작은 일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이제 저에게 큰일이 닥쳤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마지막이자 가장 나쁜 일이라고 여기고 믿는 일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데 그 신탁은 조금도 막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도, 법정으로 오는 길에도 그랬습니다. 제가 말하는 동안 무슨 말을 하려 할 때도 그랬습니다. 전에는 말하다가 자주 막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에서는 제가 한 말에도, 한 행동에도 신탁이 저를 막지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이 조용함을 저는 어떻게 풀이할까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일어난 일이 좋은 일이라는 표시입니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 죽음을 나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잘못 생각한다는 표시입니다. 제가 좋은 일이 아니라 나쁜 일로 가고 있었다면, 늘 오던 그 신호가 틀림없이 저를 막았을 테니까요.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이 문제를 다른 쪽에서도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죽음이 좋은 것이라고 바랄 까닭이 크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죽음은 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사람들 말처럼 영혼이 이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옮아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먼저, 죽은 뒤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해 봅시다. 꿈도 꾸지 않고 푹 자는 잠과 같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죽음은 말로 다 못 할 만큼 큰 일 것입니다. 누군가 꿈도 꾸지 않고 푹 잔 밤을 하나 고른다고 해 봅시다. 그리고 그 밤을 자기 삶의 다른 낮과 밤과 견주어 봅니다. 그다음 평생 그 밤보다 더 좋고 즐겁게 보낸 낮과 밤이 며칠이나 되는지 말해 보라고 합니다. 저는 누구라도 그런 날을 많이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위대한 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죽음이 그런 것이라면 저는 죽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도 하룻밤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런데 죽음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길이라면 어떨까요? 사람들 말처럼 그곳에 죽은 사람이 모두 있다면 어떨까요? 친구들이여, 재판관 여러분,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습니까? 길 떠난 사람이 저 아래 세상에 닿았다고 해 봅시다. 그는 이 세상에서 정의롭다고 우기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재판한다는 참된 재판관들을 만납니다. 와 라다만티스와 아이아코스와 트립톨레모스, 그리고 살아 있을 때 바르게 살았던 다른 신의 아들들입니다. 그렇다면 그 길은 떠날 만한 값어치가 있을 것입니다. 와 무사이오스와 와 호메로스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무엇인들 내놓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저는 몇 번이고 죽어도 좋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를 만나고 싶습니다.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 그 밖에 억울한 판결로 죽은 옛 영웅들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겪은 일을 그들이 겪은 일과 견주어 보는 것도 꽤 즐거울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무엇보다 저는 그곳에서도 참된 앎과 거짓 앎을 찾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세상에서처럼 저세상에서도 말입니다. 그래서 누가 지혜롭고, 누가 지혜로운 척하지만 사실은 아닌지 밝혀낼 겁니다. 재판관 여러분, 트로이아로 쳐들어간 큰 군대를 이끈 사람을 따져 볼 수 있다면 무엇인들 내놓지 않겠습니까! 나 , 그 밖의 셀 수 없이 많은 남자와 여자도 그렇습니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저세상에서는 물어본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행복합니다. 그리고 전해지는 말이 맞다면 죽지 않는 존재들일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러니 재판관 여러분, 죽음 앞에서 힘을 내십시오. 그리고 이것을 꼭 알아 두십시오. 좋은 사람에게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 사람과 그의 일은 신들이 저버리지 않습니다. 곧 다가올 제 죽음도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분명히 봅니다. 이제는 제가 죽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편이 더 나은 때가 왔다는 것을요. 그래서 신탁이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같은 까닭으로 저는 저에게 유죄를 내린 사람들이나 저를 고발한 사람들에게 화내지 않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좋은 일을 해 주려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 점만은 그들을 살며시 나무랄 수 있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그래도 그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친구들이여, 제 아들들이 자라거든 그 아이들을 벌해 주십시오. 그 아이들이 덕보다 돈이나 다른 것을 더 아끼는 것 같으면, 제가 여러분을 괴롭혔듯이 그 아이들을 괴롭혀 주십시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면서 대단한 사람인 척하면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때는 제가 여러분을 꾸짖었듯이 그 아이들을 꾸짖어 주십시오. 마음 써야 할 것에 마음 쓰지 않는다고요.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면서 대단한 사람인 줄 안다고요. 여러분이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와 제 아들들은 여러분에게 정의로운 대접을 받은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이제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 길을 갑니다. 저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갑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아십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기

초등판은 휴담 국역을 바탕으로 초등학생이 혼자 읽을 수 있게 다시 쓴 글이며, 쓴 사람과 다른 검토자가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 원전 그대로의 글은 「원래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